토끼해에 생각하는 느려도 행복한 거북이

2022.12.28 16:01:38

황충주 칼럼

현재의 초고속 디지털 전자 문명 시대에 사는 우리는 남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과 만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보다 ‘요즘 바쁘시죠’라는 말을 더 자주 쓰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바쁘단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빨리빨리’ 문화의 대표 선두 주자다. 3초 후면 닫힐 엘리베이터에서 닫힘 버튼을 수도 없이 누르고 녹색 신호등으로 변하자마자 앞차가 빨리 안 간다고 뒤차는 클락션을 누른다. 식당에서는 음식이 나오자마자 누가 뺏어 먹을 것도 아닌데 10분이면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렇게 바쁘게 산다고 그리 달라지는 것도, 얻는 것도 없지만 이런 것이 일상이 되고 있다. 비교와 경쟁과 속도로 대표되는 세상은 남에게 뒤처지지 말고 앞서 빨리 돈을 많이 벌고 최고가 되어 먼저 1등이 되라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자의든 타의든 현실과 타협하고 편법으로 더 빠른 길을 택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 하고 있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느 날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하게 되고 경주를 시작한 토끼는 거북이가 한참 뒤진 것을 보고 안심을 하고 잠시 쉬었다 갈 요량으로 중간에 낮잠을 잔다. 잠에서 깬 토끼는 거북이가 자신을 추월했다는 사실을 알고 빨리 뛰어가지만, 결과는 거북이의 승리였다. 이 얘기는 ‘자신의 재주만 믿고 남을 얕보고 무시하면 낭패를 보고, 비록 재주가 뒤진다고 하더라도 부지런히 자기 일에 열중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라는 교훈을 가르치고 있다.

 

육상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주력은 비교해보면 거북이는 시간당 1.5km 남짓이고 토끼는 시속 75km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고 바다거북의 수영 실력은 평균 유영속도가 시속 20km에서 32km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의외일지 모르지만, 토끼는 흔히 ‘개헤엄’이라고 하는 유형의 영법으로 웬만한 물은 잘 건너다니지만, 속도를 따지기에는 거북이와 비교할 차원이 아니다. 경주를 먼저 제안한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이야기마다 달라 분명치 않지만, 육상에서는 토끼가, 물에서는 거북이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거북이는 분명 육상에서 하는 시합이 불리하고 도무지 승산이라곤 없는 걸 알고 있지만 어쨌든 경주를 한다. 그럼 왜 하필 토끼와 거북이는 육상에서 달리기로 승부를 지으려 했을까? 애초에 서로 게임 상대가 되지 않는, 누가 봐도 무모한 시합에서 거북이는 ‘아무리 토끼가 빨라도 토끼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으니 끝까지 해봐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거북이는 느려도 행복하다’의 저자 류인현은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이유 중 하나를 거북이의 정체성에서 찾았다. 거북이는 자신의 느림을 토끼의 빠름과 비교하며 낙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자신이 토끼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경기를 시작했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거북이가 경주에 응한 건 자신도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토끼는 거북이와 비교해서 빠른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살았다. 토끼는 거북이를 이기는 것이 목표였지만, 거북이는 최종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 거북이는 ‘절대 목표’를 지향했지만, 토끼는 느리고 쉽게 이길 수 있는 거북이를 ‘상대 목표’로 생각했다. 다시 말해 토끼는 상대를 보았고 거북이는 목표를 보았기 때문에 이 경주에서 거북이가 토끼에게 졌더라도 목표를 달성한 거북이는 실망하지 않고 행복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명언은 델파이에 있는 아폴로 신전에 경고문으로 쓰인 문구였고 실제로 이 말을 세상에 알린 사람은 제자 플라톤이었다. 델파이의 사제들과 대화하기를 원했던 사람은 먼저 자신에 관해 알아야 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인 “당신은 누구인가?”에 먼저 본인이 답을 하지 못하면 진정으로 묻고 싶은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깊이 이해할 만큼 현명한 사람들만이 사제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신 앞에서 사람의 지혜는 보잘것 없으니, 늘 겸손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자신의 무지(無智)를 아는 것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출발점이며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한 자는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빨리 이기는 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성공한 자는 자신의 능력과 재능의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부지런한 사람을 의미한다. 부지런함과 조급함은 다르다. 조급한 사람은 여유가 없어 일을 그르치지만 부지런한 사람은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주어진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일본에서는 장어구이를 두고 ‘꿰는 데 3년, 자르는 데 5년, 굽는 데 한평생’이라는 격언이 있다. 최상의 장어구이는 조리법을 터득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며, 평생의 수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자신의 분수와 한계를 아는 것은 중요하며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확실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거북이의 강점은 일정한 속도였고 약점은 느린 속도였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누군가와 경쟁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우리는 ‘옆에 있는 경쟁자만 이기자’라는 생각으로 살다 보면 토끼처럼 자다가 늦어질 수 있고 결국 실패할 수 있다. 거북이처럼 경쟁자가 아닌 본인의 목표를 보고 꾸준히 나가야 한다. 거북이는 자신을 토끼와 비교하거나 토끼가 되려고 하지 않고 본인의 정체성과 목표를 가지고 살았다.

 

토끼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은 인생을 너무 빨리 살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세상이 말하는 방향과 속도가 아닌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다른 사람의 인생이 될 수 없음을 부러워하거나 한탄하지 말고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고 자기 자신으로 사는 법을 배워 2023년 계묘년(癸卯年) 토끼띠 새해에는 느려도 행복한 거북이가 되길 기원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연세치대 명예교수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한진규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