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의 마음

2023.01.10 15:30:24

Relay Essay 제2535번째

2016년 군의관을 마치고 전인성 원장님의 강의 faculty로 입문하여, 2017년부터 시작된 나의 강의 인생은 이제 횟수로 6년차가 되었다. 강의를 막 시작했을 즈음에는 겨우 두 달에 한 번 정도의 느슨한 강의 스케줄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든 여가 시간은 강의 준비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이후 시작된 첫 해외에서의 강의로 인한 언어적인 문제와 함께, ‘suture’ 라는 새로운 주제의 강의 준비는 더욱 나의 정신을 빼놓았다. 강의의 구성, 스토리, 시간 배분, 실습 시간 배분 및 구성, 도안 완성도, 증례 완성도 및 관찰 기간 등 내용에 관한 부분과 표정, 어투, 몸짓, 목소리 톤 등의 전달에 관한 부분 등 처음 1~2년은 정말 부족한 것으로 가득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앞서 언급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겪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나에게 가장 부족하면서 또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찾게 되었고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이 에피소드는 ‘골프’와 관련된 이야기다. 나에게 골프란 진료와 진료를 위한 출·퇴근시간, 강의와 강의 준비 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시간을 처절하게 쪼개서 연습하고 라운딩을 해야하는 따라서 하기도 힘들고 잘하기는 더 힘든 운동이다. 주중 진료와 주말 강의로 인해 시간을 내기 힘들다 보니 주중에 야간 라운딩을 하면 나의 체력은 라운딩 중 분실되는 골프공처럼 사라졌다. 나의 에피소드는 그럼에도 내 실력을 알고 있는 편안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힘들긴 해도 골프장의 공기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 때쯤 벌어졌다.

 

작년에 가입한 ICD(International College of Dentistry)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활동을 거의 못 하다가 올해부터 ‘국제이사’라는 직함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9월 말에 있었던 ICD 확대이사회에 참석 요청을 받아 진료를 조금 일찍 마치고 최대한 늦지 않도록 출발했다. 안 그래도 인천에서 성수까지 거리가 먼데다 길까지 막혀 한 시간이나 지각을 해서 따가운 눈총을 받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먼데서 오느라 수고했다며 남겨놓은 애피타이저를 권하셨다. 다른 치과 학회나 스터디 모임의 경우 비유하자면 멀고 어려운 친척 어르신이 많이 참석하는 눈치도 봐야하고 불편한 모임이라면, ICD 모임은 늦둥이 동생을 맞이하는 큰형님들과의 모임처럼 늘 푸근했다. 주요 안건이 거의 진행되고, 와인 한잔을 걸친 상태에서 10월에 있는 ICD 골프대회 안건이 나왔을 때 마침 유일하게 10월 중 일정이 없는 일요일이었고 분위기와 와인에 취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에 거절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일을 저질렀으면 연습을 해야했지만, 7월부터 9월까지 잠시 잠잠했던 강의 일정이 10월에 폭발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골프대회 2주 전 ‘Cybermed world symposium’, 한주 전에는 ‘Dentis world symposium’이 나란히 잡혀 있다 보니 준비기간 동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두 심포지엄 모두 토요일은 외국인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영어로 진행하는 3~4시간의 실습 강의가 있었고, 일요일에는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언어로 통역이 진행되어 한국어로 진행하는 본 강연이 있었다. Cybermed 본강연은 나기원 원장님과 함께 상악전치부 임플란트의 심미를 주제로 하였다. 상악전치부 임플란트 수술로 힘들었던 증례, 기본 상악전치부 임플란트 수술 및 immediate loading 증례, Ti-base zirconia abutment 증례, connective tissue graft 증례 등을 서로 5분 10분 간격으로 주고받으면서 청중의 집중도를 높이며 나름 성공적으로 본 강연을 마무리하였다.

 

Dentis의 경우 토요일 영어 강의는 영어에 대한 감이 약간 회복되며 무난하게 넘어갔지만, 문제는 본 강연때 터졌다. 전인성 원장님 나기원 원장님과 함께 보철, 치주, 외과, 디지털의 지금까지의 흐름과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한 시간 하는 것이었는데, 강의의 효율을 위해 20분씩 외과와 치주, 보철, 아날로그와 디지털 3파트로 나누어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준비가 Cybermed 때보다 배는 더 힘들었다. 외과는 CT graft tunneling tech, free gingival graft, Wide cover cap 증례를 다루었고, 보철은 customized abutment + zirconia crown, Ti-base zirconia abutment 증례, 아날로그·디지털은 인상채득의 방식의 차이와 그후 보철물 장착시의 차이점, 가이드 수술의 장단점 등에 대해 한 증례당 약 4분 동안의 발표 시간을 가졌고, 우리는 세밀하고 정교한 퍼즐을 맞추듯 진행하여 예정 시간에 맞춰 성공적으로 강의를 완성시켰다. Dentis symposium까지 완료 후 바닥난 체력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아무런 대책 없는 나에게 ICD 골프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조가 배정되고 연습부족으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던 나는 그곳에서 하얀 백발을 가지신 귀인 원장님을 만났다. 그 ‘귀인’은 내가 몇 번 채를 휘두르는 것을 보시더니, ‘오늘은 골프대회가 아닌 김원장 개인레슨을 위해 왔나봐.’라고 하시면서 대회 내내 나를 위한 개별 레슨을 해주셨다. 다들 골프를 시작하며 경험해 보았겠지만, 골프를 배우는 초기에는 캐디부터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승으로 변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스승들은 본인의 경험과 관점에서 가르침을 주고, 이러한 여러 스승의 충고를 모두 머리속에 띄우면서 골프 스윙을 하면 잘 맞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산으로 가기도 하고, 그나마 유지되던 기본 스윙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분은 본인의 골프를 강요하기보다는 오롯이 초심자의 입장에서 오른발에 실렸던 체중을 왼발로 옮기면서 그 힘으로 회전을 하면 된다는 골프의 가장 기본 원리부터 시작해서 매 샷마다 나의 부족한 점을 설명해 주시고 모든 라운딩을 함께 해주셨다.

 

그러나 대회임에도 처음 본 나에게 이렇게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원장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일이 벌어졌다. 설명을 해주시고 천천히 왼쪽 길로 걸어가고 있는 ‘귀인’에게 내가 친 유틸 뱀샷이 향했던 것이다. 천운인 것은 배쪽으로 향한 공을 포수가 공을 받듯 배로 받은 것이었다. 다행히 약간의 멍 외에는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안절부절 못해 하던 나에게 그 분은 ‘귀인’다운 웃음을 지으시며 괜찮다고 하셨고, 오히려 나에게 재차 걱정말라고 말해 주셨다. 다음날 너무나 죄송한 마음에 조그만 선물을 보냈는데, 처음에는 거절하시다가 허허 웃으시면서 받으시더니 초보자에게 도움이 되는 골프 체중 이동 관련 Youtube 링크를 여러 개 보내주셨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이었다. 사실 원장님은 초보 골퍼인 나를 무시하고 라운딩을 즐기면 되었다. 그럼에도 공까지 맞아가면서(공은 생전 처음 맞아본다고 하셨다.) 계속 가르침을 주셨던 것은 아무래도 까마득한 후배가 골프를 좋아하고 잘 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멋진 폼으로 타수를 줄여가는 자신의 플레이를 자랑할 수 있음에도, 초보자를 지나치지 않고 가르침에 있어 초심자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마음이 정말 절실하게 전해졌던 하루였다. 마음은 머물지 않고 흐르기에 이러한 마음을 나에게 적용해보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시간을 내서 강의를 들으러 온 원장님에게 나만의 방식을 설명하기보다 그 분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그 분들의 시야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방법을 찾아가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자세이자 마음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김재윤 연수서울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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