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디톡스

  • 등록 2023.02.01 14: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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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요즘 세상에서 SNS는 소식의 창구이다. 연락을 하지는 않는 지난 인연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민망하지 않은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나에게 있어 SNS는 학창시절 때부터 빠짐없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초등학교때는 버디버디, 중학교때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고등학교 때는 페이스북, 그리고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는 인스타그램까지 언제나 함께였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나이기에 SNS를 멀리할 이유가 없었다. 방과 후에 집에 와서는 가상의 세계에서 다시 그 관계를 이어 나갔다. 재미있는 사진이 있으면 업로드하고 서로 웃었으며, 심지어는 몇몇 친구들과 공용 다이어리를 쓰기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런 내가 나이가 든 걸까, 최근에 급격히 SNS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광고와 과다한 정보들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다. 특히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강조되는 SNS 특성상, 주변인들이 어떤 ‘감정’으로 지내는지를 공유하고 공감하기보단 ‘어떤 멋진 일’을 하는지만 자극적으로만 다가온다. 게시글을 업로드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공유하기보단,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리기 바쁘다. 재미있는 얘기를 친구와 나눈 적이 있다. 눈이 펑펑 오던 날, 눈이 내리는 것을 보자마자 한 친구가 “오늘 또 인스타에 눈 내리는 스토리로 가득하겠네” 라며 웃으며 말했다. 뒷통수 한대를 맞은 듯 했다. 그 순간에 나도 스토리로 올리려고 영상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왕 말한 거, 속마음을 그대로 내비춰보자면, 내 마음의 그릇이 작아질 때 SNS는 내 성질을 유독 돋군다. 난 매일 학교 공부와 실습에 치여 꾀죄죄하게 지내는데, SNS를 통해 본 친구들은 직장을 다니며 자기계발을 즐기니 말이다! 그 부분이 그들의 삶의 아주 일부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 모습에 ‘오 멋지다...’라는 마음이 먼저 드는 건 어쩔수가 없나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마음이 드는 내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변의 하이라이트에 눈길이 빼앗겨 정작 내 삶의 밝은 부분을 맘껏 누리지를 못하는 기분이다. 스스로의 모습이 당당하지 않으니 괴로웠고, 내실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인의 멋진 모습에 눈길이 뺏기는 걸 멈추기는 어려워 SNS를 잠시 멈춰봤다. “SNS 디톡스”라고 칭해볼까 한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같이 걸어온 나와 SNS의 인연을 놓은 것이다. 그런 내가 어색했는지 친구들이 대체 뭐하고 사는거냐고 물어온다. 빨리 뭐라도 올려보라고, 궁금하다고 재촉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웃어넘기곤 하지만, 요즘 나는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감정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이 자리를 빌어 말해본다.

 

핸드폰을 내려놓으니 내 관심사는 내면을 향하게 된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보여지는 모습이 아니라 어떤 순간을 대하는 내 감정에 대 집중하게 된다. 대신 수많은 행복한 순간들을 잃고 싶지는 않아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글로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을 세운 셈이다. 그곳에 나는 그 순간들을 남기고, 글로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말그대로 일기장이다. 조금의 가식도 없이 내 일상과 그때의 감정을 남기고 싶어서, 벌써 시작한지 3년이 넘어가지만 주변에 거의 알리지 않았다. 날 보는 눈이 많아지면 그 공간조차 처음의 의미를 잃을까봐 블로그를 알리는 것이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의 밝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싶은데, SNS를 통해 보면 화려한 모습 때문에 그 밝음까지 눈길이 닿질 않는다. 어떤 곳에서 무엇을 먹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 친구인지로 기억될 뿐, 나와 어떤 기억을 함께했는지, 어떤 미소를 가졌던 친구인지는 점점 흐릿해져간다. 그러고 싶지가 않다. 그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들을 그렇게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좀 더 사람과의 따뜻한 관계를 찾아보고자, 특히 이번 방학에 더욱 내 내면을 가다듬고 내 주변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나름의 수련(?)을 하고 있는 기분도 든다.

 

다행히도 이 SNS 디톡스가 내 삶에 깨끗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느껴진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도 더없이 행복하고, 화려하지 않을 때 더 편안한 기쁨을 느낀다. 이런 변화가 반가울 따름이다. 더 나아가서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깨끗하고 투명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이 디톡스도 계속 이어나가야겠다고 생각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예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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