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계획하신 일들을 모두 뜻대로 이루셨다니 축하드립니다

2023.02.15 14:07:24

김여갑 칼럼

새해가 되었습니다. 벌써 두 달이 지나갑니다. 새해가 되면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맞선을 볼 때까지 제 음력 생년월일을 몰랐었습니다. 집에서도 모두 양력을 쓰고, 제사를 지내지도 않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도 제사 지내면 안 될까.”라고 운을 띠셨다가 고모들이 “아버지 노망 드셨나 봐요.” 하는 바람에 쑥 들어가셨습니다. 평양에서부터 교회를 다니시던 원로장로이셨거든요.

 

저는 생일이 양력 1월이라서 음력으로는 전년 11월이었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항상 쥐띠라고 대답했는데 돼지띠인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 후로도 음력을 쓸 일이 없어서 안 쓰니까 11월 23일인가 27일인가 헷갈렸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찾아보니 11월 23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안 잊어버릴 것 같습니다. 저쪽에서 궁합이 안 맞는다고 해서 헤어졌는데, 그때 선을 봤던 분이 오빠라고 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하고 헤어졌더니 선을 주선해주셨던 분이 “왜 이렇게 바보 같아요. 그냥 오빠 동생 하다가 좋아지면 결혼하는 거지.”라고 야단 아닌 야단을 맞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남동생이 치대학생이었는데, 집사람의 남동생도 치대학생이었습니다. 이 자체도 인연이었나 봅니다. 앞의 남동생은 개업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미국에 갔을까. 처남은 우리나라 양악수술의 대가가 되었습니다.

 

띠에 따라 운세가 바뀐다고도 하던데 쥐띠와 돼지띠의 운세를 비교해 본 일이 없어서 지금은 제가 어느 띠의 운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었던 쥐띠인지, 실제의 돼지띠인지. 가끔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를 본 일이 있는데 쥐띠 것만 봤었으니까 제 머리 속은 쥐띠로 살아온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저는 현재에 만족하고 살고 있으니 지금까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처럼 그냥 이 모습 그대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제가 작년 초 암 진단을 받았을 때에도 이상할 정도로 아무런 마음의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평소의 습관대로 연필을 잡았었습니다. “내 마음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다했다”라고 썼습니다. 다른 글은 생각이 안 났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 다 해봤으니 아무런 미련이 없었는데, 단지 벨기에에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큰 아들과 손주들을 한 번 볼 수 있을 때까지만 견딜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직 돌아오기까지 기간이 더 남아있어서 3월 말에 가보려고 합니다.

 

 

새해부터 나이답게 살기로 하였습니다. 병원장할 때부터 생기기 시작한 흰머리를 염색으로 감추어 왔습니다. 환자들도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치과의사에게 치료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하고, 대학에 있다가 나간 친구들이 개업하면서 머리 등 외모를 젊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봤습니다. 이제는 나이에 맞게 살려고 합니다. 그런데 나이에 맞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줄이려고 했는데 가만히 있는 성격이 못 되서 오히려 바쁘게 하려고 별짓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춘문예 단편소설부문에 응모했었습니다. 당연히 떨어졌죠. 글을 많이 써보긴 했지만 단편소설에 대한 개념조차 없으니까요. 이 글을 보내기 직전 직장인 신춘문예에 한 편을 또 보냈습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름의 계획이 있기 때문입니다. 계획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누가 제 아이디어를 갖고 가서 먼저 할지 몰라서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기는 한데, 제 글을 치과의사만 보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올해에는 신춘문예 공모전을 시행하는 모든 신문사와 출판사에 응모할 예정입니다. 무척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수련의 때부터 약 10년 동안 한 달에 200자 원고지 100장씩 쓴 일이 있거든요. 그것을 정리한 것이 개원의를 위한 369쪽 “구강악안면 영역의 소수술” 책입니다. 그때는 컴퓨터가 없어서 원고지에 썼었죠. 지금도 주제만 잡으면 2~3일이면 200자 원고지 100장을 단숨에 쓸 수 있습니다. 단편소설의 분량이 200자 원고지 80~100장이었습니다. 내용이 문제지만.

 

새해인사 중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가장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좀 더 길게 말하면 “새해에는 뜻하시는 일들이 주님의 축복아래 계획대로 모두 잘 이루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건강하십시오.”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문자로 보낼 때 많이 쓰는 인사말이기도 합니다. 이제 칠십오가 되니 축사할 나이가 되었나봅니다. 신년모임에 축사를 부탁받았는데, 즉석에서 부탁받으나 1주일 전에 받으나 할 이야기는 똑같은 것 같습니다. 괜히 고민만 1주일 더 하는 거죠. 나이 차는 있지만 같은 의국 식구들끼리 축사하는 것이 맞지 않은 것 같아서 덕담으로 축사를 대신하겠다고 했습니다.

 

옛날 할아버지가 저한테 하셨던 덕담이 있었습니다. “올해 박사가 되었다지. 축하하네,” 하시면서 가족들에게 이제부터 이름 부르지 말고 김 박사라고 부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도 치과의사셨으나 학생 때 전쟁이 나서 대학 졸업하기에도 바쁘셨고, 그 옛날 최상위권 성적이었던 약사 고모도 계시지만 학위는 안 하셨기 때문에 우리 집안에 박사가 처음이다 보니 좋으셨던 것 같습니다. 장손이기도 했고. 그 후에는 사촌 형제들이 의대 교수를 비롯하여 종합병원을 차릴 정도로 각 과의 의사들이 생겼습니다. 그 다음에도 “올해 교수가 되었다니 축하하네.”라고 덕담을 해주셨습니다. 물론 그때부터는 김 교수라고 부르라고 하셨죠. 어쨌든 신년에 계획한 일들을 모두 이루었다고 미리 축하해주셨습니다. 이미 “이루어졌다.”라고 보고 축하해주시니 과거형 덕담으로 볼 수도 있고, 미래의 일을 보고 잘 이루었다고 축하해주시니 미래형 덕담일 수도 있겠지만 문장 자체는 과거형으로 되어 있어서 과거형 덕담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회원 여러분, 여러분의 계획을 일일이 몰라서 구체적으로 인사드릴 수는 없지만 “올해 계획하신 일들이 뜻대로 모두 이루어졌다고 하시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 협회에도 올해 대사가 있습니다. 제가 부회장으로 출마한다는 후배에게 “부회장에 당선 되었다니 축하한다.”라고 새해 덕담을 하였습니다. 꼭 말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하면서, 다시 한 번 “모든 계획하신 일들을 뜻대로 이루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저도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등단했다니 축하한다. 그것도 최고령으로.” 스스로에게 덕담을 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여갑 천안충무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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