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나만 잘 되길?

2023.02.22 13:31:05

황충주 칼럼

2023년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지난해를 돌아보며 새해에 하고 싶은, 이루고 싶은 소망을 담아 목표를 세우게 된다. 우리들의 새해 소망은 가족의 건강과 행복, 병원이 잘되길 바랄 것이다.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저수가 치과 확산으로 개원가가 힘들어하고 있는 요즘 치의신보 56주년 창간 특집으로 ‘저수가 치과에 미래가 없다’라는 특집기사가 지난해 연말에 연재되었다. 비보험 진료인 임플란트와 교정치료의 저수가에 대한 개원가의 걱정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요사이 인터넷을 통한 공격적인 할인 광고로 인해 선량한 치과의사들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수사 범죄관련물을 보면 ‘이 사건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가’하는 기본적인 의문은 범죄의 동기와 범인을 찾기 위해 어김없이 하는 질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고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치과에서 저수가 정책을 추구하면 결과적으로 누가 이득을 보는 것일까? 치과 아니면 환자, 아니면 둘 다?

 

어느 정도의 가격 경쟁은 예상하지만, 임플란트는 30만 원대까지, 교정치료비도 80만 원대까지 떨어지고 있다. 환자는 치료비가 비싸 치료받기 어려웠는데 이젠 싸져서 쉽게 치료받을 수 있다고 좋아한다. 환자는 주변보다 비싼 치료비를 받거나 할인 치과가 문제라는 치과의사를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파렴치한으로 여겨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다.

 

치료내역을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저수가 치과는 비정상적인 가격 할인을 통해 환자를 대거 유인하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정상적인 치과보다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박리다매’ 경영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의료 인력 수급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인건비, 마케팅비 등의 지출도 덩달아 커지기 때문에 운영에 큰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장식’ 진료를 일삼는 저수가 치과의 경우 책임감 없는 시술로 인해 의료의 질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병원 운영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병원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단기간 안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므로 환자 관리나 상태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부적절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감염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수가 치과는 영리만을 쫓는 경영 방식으로 병원 매출을 올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과도한 성과급제도를 시행하여 불필요한 검사나 과잉진료로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잦은 의료진 교체로 진료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의료진과 환자의 관계 형성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신뢰도, 만족도가 떨어지면서 병원 수익 역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적자생존’이 아니라 ‘공멸’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압구정동의 투명치과의 경우 할인 이벤트를 통해 많은 환자를 모집하고 선납으로 치료비를 받은 후 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갑작스레 문을 닫는 전형적인 ‘먹튀 치과’의 양태를 보여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였다. 이에 분노한 환자들은 병원 대표 원장을 수차례 고소했으며, 지난 2020년 12월 26일 검찰로부터 환자 9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사기, 6명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 의료기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지난 12월 13일 서울중앙지법 공판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6년, 업무상과실치상 협의로 징역 2년 6개월이 구형됐다. 사기 혐의는 교정치료 목적으로 환자로부터 치료비를 선불로 받고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업무상과실치상은 치료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킨 혐의가 적용되었다.

 

치과의사 500명에게 저수가 치과와 관련해 저수가 정책을 택하거나 혹은 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특집기획 설문 조사에서 받은 답변은 다음과 같다.

 

저수가 정책을 택한 치과의사의 경우 ‘주변 저수가 치과에 대한 의식’(42.4%)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환자의 인하 요구 또는 불만’(22%), ‘주변 개원가와의 경쟁 우위 선점’(22%) 을 주요 이유를 들었다. ‘신환 모집 등 개원 초 연착륙을 위해’나 ‘단기 매출에 도움 되리라 여겨서’를 택한 치과의사는 각각 8.5%, 5.1%였다. 저수가를 선택할 때 원장의 독립적인 판단보다는 개원가 분위기, 환자 불만 등 주변 환경이 저수가 정책 선택의 원인으로 평가되었다. 반면 저수가 정책을 택하지 않은 치과의사는 ‘치과에 대한 인식·신뢰 하락(36.7%)’을 가장 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의 질 향상이 중요하기 때문(32.2%)’, ‘순이익 창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25.2%)’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더욱이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 보고, 공개 등 통제 정책을 강행하고 있어 의료의 질은 도외시한 채 저수가 기조를 조성하고 과잉경쟁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수가 정책을 추구하면 치과와 환자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특집기사에서 저수가 블랙홀에서 대응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수준 높은 실력으로 의료 질을 향상하라’라는 원칙을 포함한 ‘프레임 탈출 10계명’을 제시하였는데 미래의 의료 환경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의료는 공산품과 같이 대량으로 공급할 수 없어서 무작정 치료비를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치료비보다는 치료의 질이 중요함을 환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이것이 치과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함을 치협이 꾸준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 치과의사에게도 저수가의 폐해가 무엇이고 대응책이 무엇인지 지속해서 알려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몇 년 전 한 초등학생이 새해 소망으로 ‘나만 잘 되게 해주세요. 꼭 나만’이라고 쓴 글이 많은 인터넷상에서 회자 된 적이 있다. 철없는 아이의 얘기라고 웃어넘기기에는 치과의사 중에도 혼자만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어 씁쓸하다. 사회 곳곳에서 치과의사와 환자 그리고 치과계 모두 더불어 잘 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올해는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와 같이 특정인만 잘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잘되게 해주세요”라는 말이 익숙해지고 우리 가정과 직장에서 함께 잘 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연세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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