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치과계도 인프라가 중요

2023.04.12 14:01:16

김여갑 칼럼

필자는 지금도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치전원)을 해볼 만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많은 치과의사들이 반대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사회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치전원을 시행할 당시 필자가 학장에 취임하고 한 달 내에 치전원 시행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 물론 학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은 아니었다. 총장을 포함한 수뇌부와 매일 회의하였다. 총장은 치과대학(이하 치대)은 어느 방향으로 가든 자신이 있다고 하였다. 영어 잘하는 학생, 컴퓨터 잘하는 학생, 법대 졸업생, 문학적 소양을 갖춘 학생 그리고 연구 능력을 갖춘 학생 등을 뽑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치과의사를 만들어 보자고 하였다. 필자도 평소 치과의사의 활로가 보다 다양해져야 하고, 치과의사가 되는 길도 다양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현실적으로 S대, Y대 등 기존의 대학과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치대생들과 토론회도 가졌다. 동문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첫째, 대학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치대에 들어오기 위해 어떻게 공부했는지 아느냐하는 것이었다. 물론 얼마나 열심히 해야 되는지 잘 안다. 솔직히 매년 치대 입학생들을 볼 때마다 부러웠다. 필자도 아들을 치과의사로 만들고 싶었지만 자기 적성은 경영이라고 하면서 유학 갔다가 지금은 대기업 기획실에 근무하며, 외국에 나가 있다. 여담으로 필자도 병원에 미안하지만 3월 말에 손주들에게 무정한 할아버지란 말 듣지 않으려고 만나러 갔다 올 예정이다. 필자는 너희 때는 그렇게 들어왔지만 지금은 지금의 방법으로 학생을 뽑을 거라고 하였다. 어떤 방법으로 들어왔든 다 귀하다. 길이 다를 뿐이다.

 

또, 치전원생들은 졸업하면 돈 벌 생각만 하고, 다 개업하고, 기초학문은 안 할 거라고 하였다. 무책임한 말이다. 면접 시 가난한 환자를 치료해주고 싶다고 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면 가난한 사람을 변호해주기 위하여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것처럼. 기초치의학 지원하는 치대 졸업생? 1년에 1명만 있어도 다행이었다. 기초치의학은 대부분 재료공학, 생화학, 분자생물학, 약학 등을 전공한 박사(PhD)들이 하고 있었다. 당시 理科대학 교수들이 반대를 많이 했다. 가르쳐 놓으면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의전원, 치전원에 갈 거라고. 필자가 그들에게 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과대학에 우수한 학생들이 일단 먼저 들어오면, 전액 장학금을 주던지, 유학을 보내주던지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연구원으로, 교수요원으로 뽑으라고, 그것도 능력이라고 하였다. 찬성하는 교수가 한 명 있었다. 이과대학 학장이었는데, 나중에 다 뺏겨도 좋으니 우수한 학생 한번 가르쳐보고 싶다고 하였다. 교수의 절실한 바람으로 느껴졌다.

 

동문관계도 깨질 거라고 하였다. 치전원을 졸업했어도 다녔던 대학의 동문을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평생 직업이 치과의사 아닌가? 어느 쪽에 더 힘을 두겠나? 치대 졸업생 중에도 선배가 바로 옆에 개업하고 있는데,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후배가 있다고 불만을 말하는 것도 봤지만, 어디에나 그런 사람은 있다.

 

젊은 의사들하고도 이야기 해봤다. 의전원에 가려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고 하였다. 외국과 비교하기 싫지만 미국하고 우리는 생각하는 방법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정치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많이 부정적이다. 편협하다.

 

조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대학을 졸업 후 몇 년 동안 학원에서 돈을 벌어서 Law School을 졸업한 후 변호사가 되었다. 조카 이야기가 재밌었다. 자기 어머니한테 의사가 변호사보다 돈을 더 잘 버는 데 왜 의전원에 가라고 하지 않았냐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돈 많은 사람도 가겠지만, 필자는 뜻있는 사람도 갈 거라고 생각한다. 전문대학을 포함하여 두 대학을 졸업하고 치전원에 들어온 여학생이 있었다. “치과의사가 되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그 후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어디에선가 개업을 잘하고 있을 것이다. 영문과 가려다가 수능시험 잘 봤다고 치대 가겠다는 학생보다 치과를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치과의사의 성적이 모두 1, 2등이어야 할 필요 있나?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그렇게 성적이 좋다고 세계 과학계를, 아니 치의학계만이라도 들었다 놓을 만한 연구업적이 있었나?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도 갔다 왔지만 많은 치과의사가 미국에 공부하러 가지 않나? 우리 치과계도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머리 1등이 아니고,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치과계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며칠 전 카이스트 박사학위 수여식에서 한 학생이 대표로 고별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 카이스트를 다룬 드라마에서 머리가 나쁘면 열정이라도 가지라는 괴짜 교수를 보고 카이스트에 들어갔고, 학부는 졸업하였으나, 대학원 시험에서 떨어진 후 의학 공부를 하여 의사가 되었는데, 자기가 진료하던 어린 환자가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안 되어 하늘나라로 갔다고 하였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과학기술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카이스트 박사과정에 다시 입학했다고 하였다. 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포기할 뻔도 했지만, 의미 있는 많은 실패가 적당한 성공보다 낫다는 지도교수의 격려를 받으며, 카이스트 학부에 입학한 지 19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자리에서의 고별사였다. 당면한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과학기술밖에 없다면서 후배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당부하였다.

 

어제(2023. 3. 15)는 정부와 삼성전자가 협력하여 300조를 투자하여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반도체 세계 1위 국가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외에 디스플레이, 이차 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대 첨단산업에 550조 규모의 민간주도 투자를 유도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나라가 잘되어야 치과계도 잘되는 것 아닌가. 치대에 1등 들어오는 것을 그렇게 욕심낼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전국 1등이 치과계를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나? 그렇지도 않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S대 치대 1회 졸업생이셨다. 그땐 그냥 걸어서 치대에 들어갔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국민들이 치과의사를 바라보는 눈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있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할수록 의사나 치과의사가 되려고 한다고. 평생직장 개념이 있으니까. 그냥 늦게까지 돈 좀 버는 직장인이다. 올해 유명대학 자연계 중도탈락자가 1874명인데, 그 중 75.8%가 의, 치, 약, 수의과를 원한다고 한다. 이것이 현실적인 하나의 문제점이다.

 

필자의 모교가 치전원에서 치대로 환원한 이유는 교육부의 대학평가 시 신입생의 학교 성적이 포함된다고 하였다. 웃긴다. 두 번째 문제점이다. 또한 고등학교나 입시학원에서 대학을 추천할 때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안 되었다고 하였다. 앞서 말했지만 치대는 어느 쪽이든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여 100% 치전원으로 갔었고, 의대는 타 대학과 비교 평가하여 50%만 갔었다. 한의대는 인기가 한참 높을 때여서 대학은 한의대가 이끌고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한의대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걱정스러운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치대로 환원해야겠다고 하였다. 구원투수인 셈이었다. 대학의 방침이 정해졌으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같이 사는 세상에서 너무 내 욕심부릴 것 없다. 그런다고 다 내 것이 되지도 않는다.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함께” 라는 의미를 생각해보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여갑 천안충무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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