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절 치아 또는 벌어진 치아를 메우는 용도의 실리콘 제품이 최근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해당 제품은 대부분 수입품으로 지름 약 3mm의 작은 실리콘 알갱이로 이뤄져 있다.
판매처에서는 해당 알갱이를 수십, 수백 개씩 플라스틱 공병에 담아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은 9000원대부터 4만 원대까지 형성돼 있다.
사용법은 실리콘 알갱이를 뜨거운 물에 녹여 파절된 치아에 맞게 성형 후 굳히는 방식으로 제거 시 뜨거운 물을 입에 머금어 다시금 실리콘을 녹여 떼어내라고 안내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제품이 임시 보수제임에도 불구하고 구매자 중 상당수가 1회 사용시 최대 6개월까지 장기간 사용하고 있으며 구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판매자 역시 해당 제품에 관해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제품을 사용한 구매자 중 일부는 ‘부모님이 쓰시는데 하고 나서 아프다고 하신다’, ‘뺄 때 잘 안 빠진다. 뜨거운 물로 몇 번 헹구면 말랑말랑해지는데 그때 긁어서 떼야 한다. 식겁했다’ 등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해당 제품을 장기간 사용 후 딱딱하게 굳은 실리콘을 제거하기 위해 치과에 내원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년 차 치과위생사 유 모씨는 “과거 대구치가 파절된 환자가 파절된 곳에 음식이 낀다고 실리콘 같은 걸 녹여 그곳을 메우고 온 적이 있었다”며 “그 상태로 몇 달을 지냈고, 통증이 있어 나중에 실리콘을 떼려고 하니 딱딱하게 굳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원장님이 실리콘을 제거하고 보니 신경 손상까지 진행된 상태였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원장님도 저도 황당했다. 치과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성분이 뭔지도 정확히 검증 안 된 제품을 사용하는 데 그게 구강에 좋을 리가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 구강 건강 악영향, 단속 등 대책은 미흡
치과계 내부 전문가들 역시 의료인의 진단과 치료 없이 이 같은 제품을 치아에 직접 사용하는 행위는 인접면 충치, 잇몸·신경 손상 등 구강 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강운 치협 부회장은 “전문 의료인의 진단·관리하에 이뤄지는 처치가 아니면 자칫 교합이라든지 여러 가지 안 좋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가령 크라운이나 인레이를 해도 정밀하게 시술이 이뤄져야 하는데 해당 제품은 자칫하면 치아가 밀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판매 제품을 의료기기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행법에서는 의료기기를 ‘구조 또는 기능을 검사·대체 또는 변형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해당 제품이 이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법을 살펴보면 허가 또는 인증을 받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은 의료기기를 판매하기 위해 제조·수입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를 단속하거나 제지할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관련 제도나 정책이 하루빨리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안을 고발한 적이 있다. 온라인 사이트 곳곳에 이 같은 유사 구강용품이 다수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일일이 찾아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벅찬 상황”이라고 관련 가이드라인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구강 건강과 관련된 것은 뭐든지 일단 기본 전제는 치과에서 하는 게 원칙이지 자가로 하는 건 위험 부담이 크고 컨트롤이 될 수 없다”며 “셀프 시술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