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군인 및 군인 가족 분들을 대상으로 연평도에서 봉사를 하게 되었다. 봉사 지역이 연평도라고 들었을 땐 걱정이 앞섰다. 북한의 도발이 있었던 곳이고 지금도 언제 포격전이 벌어질지 모르다 보니 조금 무서웠다. 약간의 두려운 마음을 갖고 봉사에 참여하시는 분들과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연평도로 향했다.
연평도 군대 내에는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었지만, 치료가 필요한 군인은 많으나 의료인의 수가 한정적이다 보니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롯데웰푸드가 나서 치과 무료진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동안 ‘닥터 자일리톨 버스가 간다’ 캠페인에 11번 정도 참여했지만, 이번만큼 환자 수가 많은 것은 처음이었다. 보통 치과 이동 버스에서 하루에 30~40명의 환자를 봤다면 이번 연평도 봉사에서는 60~70명 가까이 되는 환자가 예정되어 있었다. 환자 수를 듣고 놀랐지만 좋은 일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진료를 시작했다.
첫 번째로 봤던 환자는 이를 꽉 무는 습관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때문인지 치경부 부위, 쉽게 말하면 치아의 목 부위 쪽이 대체로 파여 있었다. 그래서 치아에 바람을 불었을 때 많이 시려 하셨다. 원장님은 canal abrasion으로 판단하시고 치경부 레진 치료를 하신다고 하셨다. 재료를 준비해서 치료를 해 드리고 다시 바람을 불었을 때 환자분은 시린 증상이 사라졌다고 했다. 아무래도 군대는 긴장 속에서 근무하는 특성이 있다 보니 이를 습관적으로 꽉 물고 계신 분이 꽤 있어 보였다. 그래서 치경부 마모가 있던 다른 환자분들에게도 평소에 자기도 모르게 이를 꽉 무는 습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그럴 땐 의식적으로 힘을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해드린 뒤 양치질하는 방법도 알려드렸다.
스케일링과 충치 치료 등 여러 가지 진료를 하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사랑니 발치 환자분이 오신다고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환자분의 파노라마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완전 매복 사랑니였다. 사랑니 뿌리가 하치조 신경관과 매우 가깝게 위치하고 있어 대학병원에서 뽑아야 할 정도의 난이도였지만 연평도에서 시간 내서 병원을 가기에도 힘들고 환자분이 군인 신분이다 보니 외출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원장님이 환자분의 상황을 고려하여 사랑니 발치를 해 주셨다. 평소 치과에서 원장님이 사랑니 발치를 많이 하셔서 서둘러 주로 쓰시는 기구들을 준비해 드렸다. 원장님의 어시스트를 하며 환자분의 상태도 체크했고 발치 경험이 많으신 원장님이시다 보니 어렵지 않게 금방 사랑니 발치 수술이 끝났다. 환자분께 발치 후 주의사항을 다시한번 강조해서 설명해 드렸다.
그렇게 열심히 환자를 보며 이틀 동안의 진료봉사가 끝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버스를 타며 연평도 군대 시설을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북한에 의한 연평도 포격전의 현장을 견학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서정우 하사가 전역 전 마지막 휴가를 가다가 북한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복귀 명령을 받고 돌아가던 중 인근에서 터진 포탄 파편에 맞아 전사하셨다고 한다. 서정우 하사가 당시 착용하고 있던 정모의 해병대 모표가 떨어져 소나무에 박혀 있던 것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었다. 그때의 상황을 상상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 후 평화 전망대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해설을 듣고 전망을 바라보는데 바로 앞에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북한이라고 하셨다. 10km 남짓의 거리에 북한이 보인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견학이 끝났고 인천항으로 돌아가는 배에 탔다.
연평도는 말로만 들었을 땐 두려움이 더 컸던 장소였는데 직접 와서 지내보니 매우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이었다. 긴장과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도 그저 하루하루 무탈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를 지켜주시는 군인분들 덕분이다.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끼며 이번 연평도 봉사를 마무리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베풀며 성장하는 치과위생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