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투스젬’ 열풍 무자격자 시술 천국

2023.10.18 21:20:22

“무면허 의료행위” 국민 치아 건강 사각지대 전락
현역 치과위생사부터 치과의사 사칭범까지 기승
치협, “문제 업소 경찰 고발장 제출 단호한 대처”
[르포] 기자가 직접 체험 해보니…

 

치과위생사가 투스젬을 시술하는 이유요? 치과보다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치아 부착 액세서리 ‘투스젬(Tooth Gem)’이 젊은층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투스젬을 시술한 유명 연예인이나 아이돌의 모습이 최근 들어 부쩍 여러 매체에 노출되고 있는 탓이다. 때문에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이를 모방한 모습이 쉽게 포착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 가능한 치아 손상에 관한 우려는 뒷전이다.

 

사실 치과 외 시설의 투스젬 불법 시술로 인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본지를 포함한 다수 치과계 언론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무허가 시설의 투스젬 시술이 국민 구강건강에 상당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보도를 수차례 반복해온 바 있다.

 

하지만 실태는 개선되지 못하고 도리어 악화하는 모양새다. 투스젬 시술은 3~4년 전까지만 해도 문신 시술소나 액세서리 매장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에서 이뤄지던 ‘서브컬쳐(subculture : 하위문화)’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유행이 급물살을 타자, 전문 숍을 표방한 업체들이 신촌, 이태원, 홍대 등 소위 ‘젊은이들의 거리’에 열꽃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업소 중 일부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하고자 ‘치과 전문가’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가운데에는 실제 면허를 보유한 현역 치과위생사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음지에서는 치과의사를 사칭하는 대담한 행각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기자는 드러난 표면을 단순히 조명하는 것만으로는 반복되는 문제의 실체를 정확히 진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서울시 모처에서 성업 중인 투스젬 전문 숍 중 ‘치과위생사’와 ‘치과의사’를 표방하는 문제의 업소 2곳을 직접 방문해, 시술을 체험하고 현장을 점검해 봤다.

 

# “도둑 제 발 저린다” 폐쇄적 예약 상담

먼저 기자는 소셜미디어상에서 ‘치과의사’를 사칭하고 있는 A씨와 접촉을 시도했다. A씨의 경우, 불법성을 의식한 듯 극도로 폐쇄적인 운영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지도상 업소명도 노출되지 않았고 유선 상담도 불가능했다. 오로지 소셜미디어의 메시지로 예약·상담을 진행했다. 때문에 단순 예약에만 약 이틀이 소요됐다. 심지어 정확한 주소지 또한 예약금 입금을 확인한 뒤에야 공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방문한 A씨의 매장은 상호명만 간단히 유리창에 부착했을 뿐 간판조차 설치하지 않았으며, 내부를 일절 들여다볼 수 없도록 처리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출입구는 외부에서 자유롭게 열지 못하도록 잠겨있었으며, 정면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로 방문객의 신원을 확인한 뒤에야 개방하는 식이었다. 흡사 불법 도박 시설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10평 남짓한 내부 벽면에는 수백여 장의 실제 투스젬 시술 사진이 부착돼 있었으며, 모퉁이에 1인용 간이침대가 설치돼 있었다.

 

먼저 기자는 A씨에게 치과의사 자격 보유 여부를 질의했다. 하지만 A씨는 의혹을 일절 부인했다. 이어 다른 투스젬 업소를 지목하며 “○○ 업소에서 치과의사를 표방한다고 들었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A씨는 해외에서 투스젬 시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미국 등 해외에서는 투스젬이 일상화돼 있으며, 학원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시술은 간단했다. 치아 표면을 닦고 에칭 처리를 한 뒤 레진으로 큐빅을 안착시킨 뒤 광중합하는 데까지 걸린 총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평균적인 유지 기간은 최소 1개월에서 최대 6개월. 비용은 6만 원부터 시작해, 큐빅 1개당 2~3000원씩 추가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무허가 의료행위를 벌였을 뿐 아니라, 치과용 레진, 광중합기 등 의료기기 및 약품도 불법 사용했다. 현행법은 의료기기 및 전문의약품 등을 사용한 유사의료행위를 펼칠 경우 6월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묻자 A씨는 “의료기기나 제품은 외국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어떻게 유통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또한 불법에 해당한다. 개인이 해외에서 의료기기를 직접 구매하는 경우에는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 원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버젓이 수강생 모집까지

또 다른 투스젬 업소의 B씨는 현역 치과위생사였다. 이곳은 번화가에 위치해 있었으나, 지도상 노출이나 별도의 간판이 없다는 점 등 폐쇄성에서는 앞선 업소와 다르지 않았다.

 

특히 해당 업소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실태가 목격됐다. 실내 곳곳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으며 전자담배용 필터 등도 접객용 테이블에 버젓이 놓여 있어, 위생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B씨는 치과위생사 자격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수기구를 사용해 투스젬을 부착했다. 전체 시술 시간은 15분 남짓. 비용은 앞선 업소보다 1만 원가량 저렴했다.

 

기자가 치과가 아닌 투스젬 시술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B씨는 “치과에서 일할 때보다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라고 “수입 또한 치과위생사로 일할 때와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또한 예약이 뜸한 시기에는 치과에 단기직으로 취업할 때도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B씨의 접객 테이블에는 강남구의 모 치과 명찰이 놓여 있기도 했다.

 

더욱이 B씨는 투스젬 시술을 위해 별도의 수련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는 “투스젬은 교정기를 부착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때문에 치과위생사로서는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또 네일아트를 하는 지인을 통해 배운 네일아트의 원리를 접목해 시술 중”이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B씨는 수강생까지 모집하고 있었다. 기자가 수강 의향을 내비치자 B씨는 “강의는 ‘원데이 클래스’ 형식으로 진행되며, 수강료는 전일 60만 원”이라면서 “투스젬 시술은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 누구든 할 수 있다. 치과위생사 자격을 내걸고 있는 것도 홍보 목적일 뿐 필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의료법 등 현행법에 저촉되는 사항이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치과위생사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서만 업무 행위를 실시할 수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리 목적으로 치과의사가 아닌 사람이 치과 의료행위를 업으로 행했을 경우에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 및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까지 받을 수 있다.

 

# 치협 고발장 접수 무관용 원칙

이처럼 투스젬 무허가 시술이 난립하자 치협에서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치협 법제위원회(이하 법제위)는 최근 관련 업체를 상대로 증거를 수집하고 ‘의료법 및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아울러 ‘무면허 의료행위’, ‘비의료인의 의료광고’, ‘치과의사가 아닌 자의 치과의료 영업소 개설’ 등의 위법 사항도 함께 제기했다.

 

특히 법제위는 치과위생사의 투스젬 부착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치과위생사의 업무 범위 등에 포함되지 않는 치과의사의 의료행위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또한 무자격자가 에칭이나 본딩, 치아미백 등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환자에게 보건위생상 치명적인 위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치과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강운 부회장은 “법제위는 그 누구라도 치과의사 진료영역에 침범한 이들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으로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인식 법제이사는 의료법 위반 사례임을 강조하며 “치과의사 지도하에서도 치과위생사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이에 최근 고발장을 작성, 경찰서에 제출한 만큼 추후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민제 기자 mjreport@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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