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노벨문학상, 맨부커상, 공쿠르상, 퓰리처상, 카프카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은 많습니다. 스웨덴에서 시상하는 노벨문학상이 다분히 북유럽적 성격을 지닌다는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상(理想)적인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여를 한 분께” 수여하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어떤 한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주어집니다. 초기에는 유언에 따라 문학적 이상주의에 치중해서 선별했다면 이제는 넓은 의미의 이상적인 작품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현실주의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노벨로서는 현실보다는 조금 더 나은 이상을 꿈꾸는 것을 원했을 겁니다. 조금 더 미래지향적이라고나 할까요? 당시 이상주의적 생각은 자유주의로 그 자리를 대부분 옮아갔지만 여전히 노벨문학상의 작품은 그 어떤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이상’을 얘기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현실이 너무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책을 통해서 조금은 현실의 생각에서 벗어나 보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아쉽지만 아무래도 한글로 써진 문학의 우수성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결국, 번역을 잘해야 우리나라도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글로 써진 수많은 이상주의적 작품들이 잘 번역되어서 중국도 일본도 받았던 노벨문학상을 한 번 받았으면 좋겠네요. 이상(理想)한 생각 아니죠?
2023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의 위대한 대표작
소외당한 이들의 목소리 되살리는 저자의 의식의 흐름
『멜랑콜리아 I-II』 민음사, 2023
2023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의 대표작으로 저자의 문학적 전환점이 된 작품이자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위대한 유럽 문학 70대 작품”에 오른 소설입니다. 19세기 말에 실존한 노르웨이의 풍경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Lars Hertervig, 1830~1902)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역사와 소설적 상상력을 가로지르는 전혀 새로운 의식의 흐름 기법을 선보입니다. 책의 표지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주인공 화가의 대표작인 ‘보르그외이섬’입니다. 실존 화가라서 그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읽고 찾아본 그림이어서 그런지 그의 작품 세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너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몇 페이지를 읽어도 계속 반복되는 화자의 이야기 흐름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의식의 흐름에 따른 이 전개가 오히려 쉽게 읽히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의식의 흐름이 그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경 쇠약과 우울증(Melancholia)에 시달리는 I의 라스 헤르테르비그와 II의 치매에 걸린 화가의 누이 올리네를 통해 서술되는 하루하루의 사건, 착란, 번민, 고뇌, 기억의 일면들, 소외당한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저자의 의식의 흐름에 빠지다 보면 정말 멜랑콜리해집니다. 저자의 다른 대표작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책을 통한 치유 선물 ‘적당한’ 삶에 관한 이야기
힘을 내는 것만큼 힘을 빼는 것의 중요함 깨달아
『힘과 쉼』 김영사, 2023
백영옥 작가의 책을 좋아합니다.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때 ‘나로 사는 힘’이란 제목을 염두에 두었지만, 책을 쓰던 중에 ‘힘’과 함께 ‘쉼’을 말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주먹을 꽉 쥐고 태어나 서서히 주먹을 푸는 어린 조카를 바라보다가, 암을 극복하면서 자식 걱정을 조금씩 내려놓는 시어머니를 떠올리다가, 힘을 내는 것만큼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는 힘을 줘야 하는 때와 쉬어야 하는 때를 잘 알면서도 잘 맞추지 못하면서 삽니다.
이 책은 ‘적당한’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적당히’의 생각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적어도 저자의 적당함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범위에 있습니다. 그 적당함을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이 좋은 조언자가 되어줄 겁니다. 책을 통한 치유를 원한다면 적당히 힘을 빼고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적당히 합시다. 저자 왈 “모든 것을 하겠다는 계획이야말로 가장 최악의 계획이다.”
‘잘 죽는 법 찾기’의 여정을 기록한 책
죽음 미리 잘 준비하고 싶은 이들에 권장
『혼자가 좋지만 고독사는 걱정입니다』 반니, 2023
나이가 들어갈수록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리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지만, 고독사는 정말 걱정이긴 합니다. 실제로 혼자 사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고독사와 고립사는 이제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은 혼자 살다 고독사나 고립사를 겪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고독사는 그나마 나은 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죽음이 방치되는 고립사는 사람의 마지막이 너무나 참혹하기 그지없습니다. 적어도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혼자의 죽음을 잘 준비해야 하는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현실의 죽음’을 목격한 50대의 독신자가 어떻게 해야 잘 죽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몰라 초조함과 공포에 시달리다가, 결국 ‘보다 나은 죽음’을 맞기 위해 시작한 ‘잘 죽는 법 찾기’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미리 죽음을 잘 준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존엄하게 떠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