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3>“치과 의료 근간 흔든다” 불법 광고 철퇴 절실

2023.12.13 14:48:11

단호한 규제 없인 근절하기 어렵다 한목소리 
행정·입법·사법기관 적극적 개입 첫손 꼽아
환자·국민 설득 논리·피해 사례 공론화 과제 


불법 의료 광고가 치과 의료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수년간 치과 개원가의 생존을 위협 중인 ‘저수가 프레임’ 역시 불법 의료 광고의 범람으로 발현된 예측 가능한 비극일 뿐이다.


특히 불법 의료 광고는 치과계 내부에서 독버섯처럼 파생된 구조적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광고 행위 자체를 넘어 견딜 수 없는 열패감을 치과 개원가에 확산시키고 있다.


불법 의료 광고가 만연하게 된 원인을 묻자 전문가들은 우선 규제 시스템의 부재를 한목소리로 언급했다.


편도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사무국장은 “불법 의료 광고가 점차 늘어나는 이유는 사후 규제가 미비한 탓”이라며 “정부 기관의 미온적인 태도와 솜방망이식 처벌 행태가 오늘날 불법 의료 광고의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불법 의료 광고를 제재하기 위한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일종의 학습 효과가 광범위하게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치과의사 대중의 시각 역시 다르지 않다. 본지가 창간 57주년을 맞아 치과의사 회원 5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불법 의료 광고가 횡행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한 치과의사 4명 중 1명(24.6%, 123명)이 ‘법적 규제의 미비 또는 허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 불법 광고 심각성 국회도 인식
이 같은 상황을 실천적으로 타개하기 위해서는 행정, 사법, 입법기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확실한 해법은 입법 기관인 국회를 통한 대안 제시다. 최근 치과 개원가의 시선은 국회에 계류 중인 2개의 법안에 쏠려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은 지난 8월 초 발의 직후부터 치과 개원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현행법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방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해 소비자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만큼 비급여 진료비용을 표기한 광고 자체를 원천 금지하자는 게 해당 개정안의 취지다.


한 50대 치과의사는 “초저수가 치과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들이 막대한 비용을 써 수가 위주의 광고를 하면서 환자를 현혹하며 의료 행위를 단순 수가로 치환하는 것”이라며 “주변 치과의사들의 불안감을 조성해 과당 경쟁으로 내모는 그들의 이면에는 광고를 매개로 한 저열한 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접근한 의료법 개정안도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 매체를 대폭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현행법령에서는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이용자 수가 일일 평균 10만 명 이상인 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의료광고를 사전심의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일 평균 이용자 수를 객관적으로 집계하기 어려워 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해당 법안의 문제 인식이다.


아쉽게도 이들 법안의 21대 회기 내 국회통과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법안 자체의 함의가 크고, 치과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문제의 심각성을 국회가 인식했다는 방증인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샅바 싸움’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 처벌 전제 선순환 구조 확립해야
행정기관인 보건복지부의 명확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단호한 처벌을 전제로 한 선순환 구조 확립이 이 같은 주장의 핵심이다.


의료법에 분명하게 합법적인 광고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만 자극적인 문구와 허위 정보, 과장된 치료효과를 통해 환자들을 현혹하고, 비현실적인 치료 결과를 약속하는 비상식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 일선 개원가의 볼멘소리다.


권인영 치협 상근변호사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판단 태도를 바꾸게 하는 데에는 일단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의견 조회를 했을 때 보건복지부에서 위법 여부에 대한 의견을 확실하게 주면 수사기관이 힘을 실어 기소나 유죄 판단을 할 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불법 의료 광고가 종국에는 환자 피해로 귀결되는 만큼 치과계가 이제는 내부 정화뿐 아니라 실제 처벌로의 이행 과정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 “환자·대중 설득, 연대 고리 형성”
의료 광고가 게재되는 매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일종의 공공재 성격임을 주장하고 그 틀 안에서 치과계가 공통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근 민간 의료 플랫폼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환자와의 신뢰 및 진료 접근성이 홍보 역량 위주로 재편됐을 경우 막상 의료가 설 자리가 없다는 지점에서 개원가의 고민은 실체화 된다.


이에 따라 공공플랫폼 개발에 대한 요구 역시 힘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경기지부 회원 362명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 인식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77.9%는 “치과계에 공공플랫폼 개발 연구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초저수가 위주의 불법 의료 광고에 대응하는 논리 개발과 이를 바탕으로 한 환자 및 대중 설득도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할 필수 의제가 됐다. 부산지부는 최근 지역 방송인 KNN과 손을 잡고 불법 덤핑치과 근절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저수가 중심의 불법 의료 광고를 적발 또는 제재하는 주체로서의 지부 단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 소비자들과 연대해 불법 의료 광고로 인한 피해 사례를 공론화 하는 과정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입법, 행정, 사법기관이 불법 의료 광고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나 의료인들 스스로 이런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노력과 과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영 철학과 맞지 않는, 불법 의료 광고는 결국 비정상적인 홍보비용 지출과 편법적 운영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상식’이 될 그날을 치과 개원가는 여전히, 갈망한다.

윤선영 기자 young@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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