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고스란히 남겨 왔다고 생각했다.
막 꿈에서 깨어 어리둥절해하듯 하지 않도록
기억 속에 단단히 담았다고 여겼다.
덕분에 잠시나마 달콤한 일상으로 연장될 줄 알았다.
다시 꺼내기까지 기다림의 시간 동안,
비 오고 바람 불고 천둥도 울고 눈발까지 날렸다.
아직은 성급함일까?
채 숙성되지 못한 추억은 씁쓸함도 함께 꺼내진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수록 쓴맛은 사라지고 달콤함이 깊어지듯,
비워지고 정화되어 처음의 천진한 설렘과
순수한 즐거움만 남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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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가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 속에는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있기에 아쉬움도 큽니다.
그 못다 지킨 약속들로
두 번 다시는 약속이란 것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절망 끝에서도 늘 희망을 찾아내는 존재, 사람.
달력의 마지막 장을 찢으며,
절망도 후회도 다툼도 의욕 상실도 모두 같이 찢어버리길 바랍니다.
하루의 끝, 반포대교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황혼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아도 될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