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진료비 광고의 문제

  • 등록 2024.03.13 14: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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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요즘 임플란트 비용이 많이 내렸다고 하던데, 돈을 모아 놓았으니 치료 받으러 갈게.” 진료 받으러 오셔서는 깜짝 놀라시는 표정이었다. “아니 임플란트 하나에 몇십만원 한다고 광고 나오던데, 비용이 다 같지 않나?” 비보험 수가 비용을 같이 책정하면 공정거래 위반이 된다는 둥, 재료비랑 기공료ㆍ인건비는 어떻고, 상태에 따라서 뼈이식 등 다양한 수술을 하게 되는 상황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이 구차했다. 그동안 열심히 진료해서 잘 지내시는 환자분들도 광고에 나오는 가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혹시 진료비를 과도하게 낸 것이 아닌가?’ ‘너무했네, 그렇게 잘해주던 나에게 이렇게 비싸게 받고….’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기본이지만, 진료비를 아주 저렴하게 광고하는 것은 환자를 유인하여 과잉치료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더욱 심해져서 유튜브 쇼츠에도 광고가 나온다. [**만원만 있으면, 임플란트 4개 이상도 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광고를 보는 순간, 온몸이 오그라들고 진료가 아니라 물건을 파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저렴한 치료비를 광고하는 것은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과잉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임플란트, 교정 치료비가 저렴하다는 광고로 환자가 많은 치과의원에서는 검사해보니 충치가 많다거나, 치아를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기보다는 발치하고 임플란트 치료를 권하는 과잉 치료의 민원이 많다고 한다. 진정 환자의 경제적인 혜택을 위한다면, 올바른 진료를 하고 조용히 진료비를 저렴하게 수납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Brownlee 등에 의하면, 치료행위에 따라 의사나 병원에 이익이 더해지는 행위별수가제 하에서는 과잉진료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였다. 치료받아야 할 치아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수입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과잉치료는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익이 거의 없거나, 근거가 없는 치료행위로 정의된다. 치과에서는 비가역적인 치료가 많으므로, 표준 치료 이상의 수준으로 굳이 하지 않아야 할 치료를 하는 과잉치료를 특별히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부가적인 검사나 약물 치료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치아 우식 치료, 발치 등 되돌릴 수 없는 치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요즘은 임플란트 치료가 발달하였기에, 발치에 대해 보다 편하게 결정하고 쉽게 임플란트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신경치료나 치주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치아를 발치하고 임플란트 치료를 강요받았다는 민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과잉치료로 인한 환자들의 불신은 점점 심각하여,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러 병원을 다녀야 한다든지, 선납 할인의 이유로 당일 치료를 강권하는 치과를 피하는 등등의 대처법이 SNS에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다. 

 

물론 과잉진료에 대한 환자들의 의심으로 인하여 치과의사들이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다. 실제 임플란트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도 ‘이익을 위하여 발치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치아우식증 치료만 하더라도 병소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GI, 레진, 금인레이 등 다양한 치료 방법에 따른 장단점이 있으므로, 비싼 치료 방법을 권한다고 무조건 과잉치료라 할 수 없다. 환자의 경제적 상황도 고려해야 하고 각각의 치료 방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고 환자와의 올바른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Kazemian 등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치료를 제안하는 것은 치과의사로서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하였으며, 치과의사는 환자를 볼 때 윤리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믿고 있지만, 여전히 비윤리적인 치료가 만연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상업화에 따른 과잉진료는 치과의사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게 되고, 결국 치과계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저렴한 진료비 광고의 상업화 치과의원으로 인하여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고 과잉진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치과의사에게 믿을 수 있는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의석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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