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에서 치과위생사의 CT 촬영으로 곤경에 처하는 사례가 보고돼 우려를 낳고 있다.
파노라마와 CT를 결합한 기기가 최근 널리 보급되는 등 치과위생사의 CT 촬영이 가능할 것으로 오인할 만한 요소들이 다분한 만큼 일선 치과의 주의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의 개원 20여 년 차인 A 원장은 지난해 치과위생사에게 불법적으로 CT 촬영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이어 100만 원의 벌금형과 면허정지 2주라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파노라마와 CT가 일체형으로 결합한 저선량 기기를 사용하는 A 원장으로선 난감한 입장이었다. 치과위생사를 통해 파노라마 촬영을 해당 기기로 이미 하고 있었기에, CT도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것.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방사선 촬영과 관련한 치과위생사의 업무 범위는 ‘보건기관 또는 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구내 진단용 방사선 촬영’으로 규정돼 있다.
또 법령에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구강 부위로 한정하는 한 파노라마 촬영도 가능하다. 지난 2009년 치협이 복지부와 권익위로부터 유권해석과 제도개선 권고를 받아낸 결과다. 다만 치과위생사의 CT 촬영은 불가능한 상태다.
문제는 치과위생사의 CT 촬영이 가능한 것으로 개원가에서 오해할 만한 요인이 도처에 널려있다는 점이다.
우선 CT를 도입하는 개원가가 매년 가파른 증가세에 있고, 특히 기기상 간단한 설정만으로도 파노라마와 CT 촬영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일체형 기기도 최근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말 기준 콘빔CT를 보유한 전국의 치과의원 수는 10년 전(3669곳)보다 4배 이상 증가한 1만5000여 곳에 달한다. 반면 파노라마만 단독으로 보유한 치과의원은 10년 전 1만1000여 곳이었으나, 현재 3861곳에 그친다.
또 치위생(학)과 교육과정에도 CT 촬영과 관련한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어 개원가에서 오해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치위생학과의 임상·실무 교육과정 운영현황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CT 촬영과 관리법을 다루는 이론 교육이 평균 50분가량 이뤄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 SNS, 블로그 등 온라인상에도 치과위생사가 CT를 촬영하는 일상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상황이다.
A 원장은 “당연히 제 개인의 잘못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개원가에서 오인할 만한 소지가 여럿 있고, CT와 파노라마가 결합된 저선량 기기도 많아진 만큼 제도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느낀다”며 “저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치과위생사의 CT 촬영 시 개원가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장기적으로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대전지부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치과위생사의 CT 촬영과 관리에 대해 개원가의 주의를 당부하는 안건을 최상단에 올려 회원들에게 주지시켜 나가도록 했다.
아울러 치협도 일선 개원가의 피해가 없도록 회원 계도에 힘쓸 방침이다.
송종운 치협 치무이사는 “최근 파노라마와 CT를 결합한 기기가 개원가에 다수 보급되는 만큼 일선 회원들에게 알려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