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건의료재난 위기상황이 ‘심각’ 단계일 경우 ‘외국 의사’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해당 개정안이 치과의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시 치과의료의 질 하락은 물론 경쟁 과열 등 치과의료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이하 정책연)이 ‘외국면허 소지자 유입에 따른 치과의사 면허제도 고찰’이라는 제하의 이슈리포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격상한 데 이어 지난 5월 전공의 집단행동에 의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외국 의사를 투입하겠다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은 보건의료재난 위기 상황에서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자가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기존에는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자가 국내에서 활동하려면 예비시험과 국가시험을 응시해 합격해야만 했으나, 해당 개정안이 발효되면 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해당 개정안 의견수렴 결과, 90%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이번 의료법 개정 추진은 전공의 집단 행동에 따른 의료 공백을 ‘외국 의사’로 메워보겠다는 취지로 ‘의사’ 직역을 겨냥한 것이지만, 입법예고 된 개정안 조문을 살펴보면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로 명시돼있어 치과의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책연은 외국 치과의사 면허 소지자의 의료행위 허용은 치과의사 인력 확충과 치과의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우선 최근 5년간 예비시험의 평균 합격률이 필기 40.6%, 실기 51.6%로 저조한데, 국내에서 활동하기에 적합한 치과의사를 가려내기 위한 거름망인 예비시험과 국가시험마저 치르지 않는다면 의료의 질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또 정책연은 이미 치과의사 수 과잉과 더불어 불법광고·덤핑·사무장치과로 인한 치과의료 질 저하, 환자와 치과의사 간 신뢰 하락 등으로 치과계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외국 치과의사가 유입된다면 치과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연은 “국내 실정에 맞는 신중한 정책적 접근과 지원이 필요하고, 절대적으로 환자, 의료인력, 국가 간의 신뢰관계가 확보돼 있을 때 건강한 의료 공급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