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덤핑치과 무단폐업, 의료인 단체 자율징계권 확보로 자정해야

2024.06.12 11:52:04

Editor Column

구강보건주간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주관한 ‘구강보건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구강건강이 곧 전신 건강’이라는 슬로건 아래 장애인ㆍ아동ㆍ노인 등 취약계층의 구강보건정책 강화계획이 발표되면서 치협 등 관련 단체가 가두에서 시민을 상대로 홍보 부스를 열어 구강보건의 중요성과 궁금증에 대해 상담해 주는 행사가 있던 기간에 치과 개원가에서 불법, 초저가 덤핑치과의 연이은 먹튀 폐업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치과계의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이면에는 치과의사의 윤리적, 사회적 비난과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초저가 임플란트로 무차별 마케팅을 하는 치과들의 필연적 결과라고 보는 게 개원가의 일반적인 견해인 이유는 4년 전 검찰 고소장에 적힌 피해자만 960명인 투명치과 사건과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초저가 마케팅을 통한 환자 대량 유인, 위임·공장식 진료로 인한 진료질 저하, 마케팅비용 과다 및 운영비의 급증으로 인한 적자 발생, 치과진료 특성상 진료 후 임플란트, 교정 등의 유지관리의 어려움, 후속 조치 없는 폐업은 그 흐름이나 성격이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치과 병ㆍ의원 1만 9000개를 넘어서는 극심한 경쟁 환경 속에서 신규 개원시장 진입자에게는 초저가 경영 정책이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외부 자본이 치과계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초저가 마케팅 치과들의 경쟁은 격화되고 치과의사는 전문직업인이 아닌 단지 수익을 증대시켜야만 하는 기술자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명의 치과의사가 한 달에 1,000개의 임플란트를 식립한다고 홍보하는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공장식 진료라는 방증인데 사람이 무슨 물건인가?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치과의사는 본인이 식립한 환자의 유지 관리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난이도가 높아져서 철저한 진단, 분석 없이는 무턱대고 식립하지 않는다. 반면 환자를 돈으로만 보는 치과는 유지 관리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기 때문에 먹튀로 끝날 것은 명확해 보이고 그 결과는 후속 유지 관리치료는 신뢰관계가 깨진 채 선량한 일선 개원의에게 넘겨진다.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탈법 수집하여 초저수가로 환자를 모집하는 회사(자본)가 전국적으로 지점을 오픈하는 OO치과는 한국 동네 개원가의 경영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인근 치과를 폐업으로 내몰고 있다.


시장논리에 따라 비급여 비용을 경쟁시켜서 경상의료비 상승을 제어하고자 하는 목적에 부응하는 것이라고만 보면 이는 대단히 근시안적이고 의료의 복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관점이며 정책이다.


실상은 초저가를 무기로 일선 개원가를 피폐화시키고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로 귀착되기 때문에 결국 국민 총의료비가 더 증가하게 된다.


무책임한 무단 폐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원가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치과계가 협회 차원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자율징계권을 확보하여 자정작용을 해야 한다. 질병도 병 발생 후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고 비용이 절감된다.


협회 윤리위원회의 징계절차에 따르면 견책, 윤리교육수강, 권리정지, 권고휴업, 관계 기관회부, 자격정지 처분 요구(의료법 제 66조제1호 해당하는 경우에 한함)의 6종이며 관계기관의 처분 결과를 협회와 공유하지도 않는다. 특히 대부분 불법ㆍ과장ㆍ덤핑치과 근무 치과의사는 중앙회(협회)에 미가입자이므로 윤리위원회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1400여명이 가입하고 있는 오픈 채팅방에서 불법 의료광고에 대한 인터넷 탐색, 정보공유 및 보건소 신고, 경찰고발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나 대형 불법ㆍ탈법 치과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치과의사의 윤리는 의료 영리자본주의에 잠식되며 붕괴되고 있다. 지역주민과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자연치아 살리기에 진심인 개원의가 망해가고 있다.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인가?


의료가격 표시광고는 법개정으로 금지되어야 하고 불법 광고는 엄격한 의료법 적용 및 그에 상응한 행정 처분이 신속하게 조치되어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의료는 상품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기본이고 중요한 인간의 존엄성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자율징계권이 확보되어야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 방지와 건전한 개원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

이석초 치협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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