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다시 만난 ‘무지개’와 ‘큰 바위 얼굴’

  • 등록 2024.07.03 15: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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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칼럼

공자(BC 551~479)는 노년에 “심하구나, 나의 노쇠함이여! 오래 되었구나 꿈에 주공(周公)을 다시 못 뵌 지”라고 탄식했다. 공자는 당신이 태어나기 900여 년 전 인물인 주공(기원전 1400년경 주나라 건국 시대 인물)을 삶과 학문의 멘토로 삼으셨다. 자기개발서 저자들은 현존하는 인물과 역사적인 인물 중에서 멘토를 골라 인생의 갈림길에서 자문을 구하라고 한다. 


1971년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초·중·고등학교 12년 동안 24권의 국어 교과서를 접했다.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많은 소설 중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소설은 김동인의 ‘무지개’와 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다. ‘무지개’에서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은 무지개를 찾아 떠난 주인공이 기왓장을 들고 무지개를 찾았다고 즐거워하는 소년을 만나는 장면이다. 


‘큰 바위 얼굴’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주인공이 살고 있는 골짜기 마을에는 큰 바위 얼굴이 있다. 골짜기 마을에는 마을 출신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사람이 나타난다는 오랜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평범한 소년은 자라 큰 바위 얼굴로 인정받는 장면이다.


2024년 ‘무지개’와 ‘큰 바위 얼굴’을 50년 만에 다시 읽었다. ‘무지개’의 주인공은 무지개를 가져다가 뜰 안에 놓고 어머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결국 무지개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 삶에 있어 무지개는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남은 삶에서 무지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였다. 나는 기왓장을 들고 즐거워하는 소년처럼 하나하나 기왓장을 모아 무지개다리를 만드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함을 유지하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호스피스 타운을 만드는 것으로 무지개다리를 완성하고 싶다. 


‘큰 바위 얼굴’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사람을 만나기를 기원하며 일상이 끝나는 저녁 시간에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힘, 고귀함, 풍요 그리고 교육의 의미를 얻는다. 주인공은 마을 사람들이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돈 많은 사업가, 유명한 군인, 그리고 정치인과 시인을 만난다. 돈 많은 사업가에게서는 너그럽고 친절함이 부족함을, 위대한 군인에게서는 친절함과 관대함이 부족함을, 피곤해 하는 정치인에게서는 여유로움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리고 시인에게서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신념의 필요성을 느낀다.


2016년 고전(논어, 대학, 중용, 순자) 글쓰기를 하며 얻은 5개의 한자(躬(몸:궁). 新(새로울:신). 恕(용서할:서). 篤(도타울:독). 簣(삼태기:궤))를 원장실 책상 앞에 적어 놓고 있다. 


躬(몸:궁) (출처: 논어(論語) 文莫吾猶人也(문막오유인야), 躬行君子(궁행군자), 則吾未之有得(즉오미지유득). 학문이라면 어찌 내가 남들 보다 못하겠느냐마는 군자의 도리로 몸소 행하는 것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躬자는 身(몸:신)과 弓(활:궁)으로 구성된 형성문자이다. 몸이 화살이라고 한다면 활은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어니스트는 시인에게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신념의 필요성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꿈만 꾼다. 躬 자에서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그 신념을 이룰 수 있는 일상의 태도를 생각해 본다.


新(새로울:신) (출처: 대학(大學) 苟日新(구일신), 日日新(일일신), 又日新(우일신). 진실로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날마다 새로워야 하고 또 새로워야 한다.)


新은 立(설:립) 木(나무:목) 斤(도끼:근)로 구성된 형성문자이다. 서 있는 나무는 생명이 있는 나무이다. 생명이 있는 나무를 도끼로 찍었을 때 가구와 집 등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새로움이란 고통이 따르는 것이다. 그 고통을 견디어 낼 수 없으면 새로워질 수 없는 것이다.


恕(용서할:서) (출처: 논어 子貢問曰(자공문왈),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 曰, 其恕乎(기서호)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제가 평생 동안 실천할 수 있는 한 마디의 말이 있습니까? 그것은 바로 서(恕)이다.) 


恕는 如(같을:여)와 心(마음:심)로 구성된 형성문자이다. 대학 1학년 때 납부금을 속여 10만원을 더 받아 카메라 렌즈를 구입했다. 그 사실을 알고서 아버님께서는 다음부터 돈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하시며 미리 준비한 10만원 수표를 주셨다. 용서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서 상대의 잘못을 포용하고 그 이상의 것을 주는 것이다. 용서는 상대방에게서 변화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상대가 원하는 것보다 더 베풀어 변화를 시키는 마중물이다. 


篤(도타울:독) (출처: 논어 子張問行(자장문행), 子曰:言忠信(언충신), 行篤敬(행독경), 雖蠻貊之邦行矣(수만맥지방행의). 자장이 행실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이 진실하고 믿음직하고 행동이 돈독하고 경건하면 비록 오랑캐의 나라에서도 행세할 수 있다.) 


篤은 竹(대나무:죽)과 馬(말:마)로 구성된 형성문자이다. 대나무 뿌리가 서로 얽혀 있기에 대나무 밭에서는 천리마라도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순간의 기분에 의해 상대가 듣기 원하지 않는 말을 하여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있지 않는가 생각해본다. 타인과의 만남을 준비할 때는 篤자를 생각해 본다.


簣(심태기:궤) (출처: 논어 譬如爲山(비여위산), 未成一簣(미성일궤). 비유컨대 산을 만듦에 있어서 완성되기까지는 단 한 삼태기가 필요하다.) 


簣는 竹(대:죽)과 貴(뒤할:귀)로 구성된 형성문자이다. 아버님을 속여 구매한 카메라 렌즈로 대학 6년 동안 사진반 활동을 하였다. 가끔 본3, 4 임상을 할 때 교수님과 수련의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임상사진을 찍었다. 2024년 30년 동안 찍은 사진을 정리하여 상담용 홈페이지( www.denstory.com)를 개편하고 있다. 


1997년 12월 29일에 쓴 사명서의 마지막 줄이 눈에 보인다. 아름다운 세상 나로 인해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병기 함께하는 대덕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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