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문화살롱, 헌이네 작은 도서관

  • 등록 2024.08.21 17: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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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수필  제2619번째

3월의 휴일에 부산보다도 더 오래 걸리는 마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지천명이라는 나이를 지난지도 제법 되지만, 아직도 세상이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까?

 

2월에 시작된 의대정원의 문제가 4월의 총선까지 지속되면 안될텐데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8월의 한여름까지도 전공의 추가모집 문제로 오리무중이다. 양측의 정당성은 차치하고라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애라고 할까, 아무튼 소시민으로서 당장의 걱정은 나와 가까운 지인들의 급박한 진료에 차질이 없기만을 소망하는 바이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신뢰’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고, 이는 눈앞의 대치 전선에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결코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이리라. 아마도 더욱 깊은 곳에 있음 직한 해법에 대한 희망을 품어보고 싶었다. 

 

10년을 앞서 살아오신 치과의사 선배이고, 2015년 치과의료정책전문가과정에서의 인연으로 독서와 인문학에 대한 식견을 보여주셨던 분을 찾아 나선 길이었다. 정확한 방문지는 3·15의거와 4·19혁명이 시작된 마산 창동 골목의 ‘이은문화살롱, 헌이네 작은 도서관’이라는 곳이었고, 미리 보내드린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주셨다. 

 

1인1개소 문제로 치과계가 어려웠던 시절, 무엇이 문제이며 의료가 이토록 상업화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인문학 공부가 그 시작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단순히 의학지식이 아니라, 인문학 공부가 사회비판과 소통의 전제로 더욱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조금은 일찍 은퇴한 이유를 그동안 읽은 책들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싶어서라고 하며, 작은 건물을 마련하여 문사철, 심리학, 글쓰기 교실도 운영하고, 장애인을 위한 남쪽바다합창단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마산 창동의 예쁜 장소이고, 그곳에는 3천여권의 책도 함께 기증했다고 한다. 

 

올해로 치과의사 면허증을 부여받은지 32년이 되는 치과의사로서, 10년 선배님의 생각과 은퇴후 생활에 대하여 궁금증이 많았다. 보통 노후 문제라면 경제적 문제에 국한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제법 오랜 시간을 치과의사로서 살아왔지만, 생존을 위한 생업이면서도 나름의 소명의식이 있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인구절벽, 교육, 공적연금, 지역소멸, 국방, 그리고 의료 등의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합리적인 인식, 전문성의 가치, 산업화 시대의 모순 등을 주장해보지만, 다른 사회구성원들의 신뢰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대중들의 무지, 그에 편승하는 정치권의 탐욕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그동안 우리는 의료인이라는 특권을 너무나 당연시해온 것은 아닐까 돌아보아도 좋은 시점으로 보인다.

 

박기헌 선배님께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해주실 조언을 구하자, 우리 사회의 최고 지식인으로서 조금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해서 우리 치과계가 어찌해야 하는지의 고민도 게을리하지 말아주기를 바란다고 답해주신다. 좌,우를 떠나 우리 사회를 고민하는 시민단체에도 참여하고, 금전적 도움도 실천하기를 권유해주셨다. 최고의 지식인으로서 사회의 여러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답할 의무가 있다고 하신다.

 

아마도 우리 주위에는 이미 ‘이은문화살롱’과 ‘헌이네 작은 도서관’이 많을 것이다. 

 

이제 더욱 깊은 곳에 있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결국 더 많은 치과의사들의 공감과 노력 그리고 실제적인 실천이 관건으로 보인다. 

 

‘나부터, 그리고 작지만 첫걸음부터…’ 

 

그것이 어느 봄날, 마산에 다녀온 이유가 되었다.

 

최유성 전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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