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고사까지 완료, 2/3 남았다!

  • 등록 2024.09.18 2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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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원고를 쓰는 이 시점을 기준으로 딱 일주일 전, 나는 치과의사 면허 시험의 첫 번째 단계인 실기시험을 마쳤다. 그동안의 준비 과정이 떠오르며 많은 감정이 교차하지만, 사실 이 시험이 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직 중요한 두 단계가 남아 있다. 실기는 국가고시의 3가지 영역 중 첫 번째 스텝일 뿐이고, 이제 과정평가와 필기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모든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는 한다.

 

사람들은 흔히 “국시는 다 통과하는 거 아니냐”라 말하곤 하지만(그리고 정말 솔직히, 이전까진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왔다), 준비하는 입장에서 그 질문은 정말 야속하고 굉장히 멀게만 느껴진다. 시험을 앞둔 내가 경험하는 이 긴장감과 떨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만에 하나”로 가득 찼다. “만에 하나” 치식을 틀리면 어쩌지, “만에 하나” 버를 잃어버리면 어쩌지, “만에 하나” 갑자기 핸드피스가 작동되지 않으면 어쩌지… 이 수많은 “만에 하나”들이 그 부담감을 증명하는 셈이다. 실기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떨렸는데, 과정평가와 필기고사를 앞두고는 어떤 감정일지 벌써 걱정이다.

 

실기시험은 사실 생긴지 몇 해 되지 않은, 역사가 짧다면 짧은 시험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제법 늘기 때문에, 준비하는 모두가 “이때까지 실기 없이 어떻게 치과의사가 된거지?”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질문에 뒤이어 “역시 빨리 졸업하는 사람이 위너야”라는 생각도 따라왔을 테고 말이다. 정밀하고 섬세한 기술을 요구하는 치과의사이기 때문에 실기시험은 그저 통과해야만 하는 시험을 넘어서, 내가 정말 치과의사가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의심을 갖게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실기평가를 앞두고 일주일 동안은 실기실을 늦은 시간까지 열어주셨다. 밤늦게까지 실습실에서 연습하며 “야자”를 한 셈이다. 우리끼리 모의고사도 쳐보고 평가도 해보며 나름대로 pass와 fail을 결정하기도 했다. 다들 즐겁게 웃으며 연습했지만 사실 각자의 고충이 없다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매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토마스(모형) 앞에서 반복되는 연습, 미세한 각도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하는 정밀한 작업. 실수할 때마다 자꾸만 “이게 연습한다고 늘긴 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고개를 들곤 했다. 그래도 그럴 땐 동기들과 함께한 농담, 작은 위로, 그리고 “나도 잘 못하고 있어”라는 동료의 한 마디는 그 자체로 큰 위안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금손 동기의 멋진 프렙은 그 자체로 큰 좌절이기도 했고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새삼스럽고 거창해서 민망하긴 하지만, 결국 치과의사가 되는 길은 그저 면허증을 따는 과정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을 어떻게 단련하고 성장시키는가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스텝을 넘어섰지만, 아직 갈 길은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길을 나 혼자만이 아닌, 동기들과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이 이 여정을 조금 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매일 같은 연습실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동기들이 부디 얼토당토않은 실수만큼은 하지 않고, 한 명도 빠짐없이 이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기만을 바라며 말이다.

 

이제 11월에 있을 과정평가와 1월의 필기시험을 위해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치과의사 면허따기>를 이때까지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 같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남은 과정들 잘 마무리해서 기쁜 마음으로 치의신보에 원고를 쓸 그날이 기다려질 뿐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예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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