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가족공원과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접해 국립한글박물관(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이 있다.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한글의 문자적·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2014년 10월 9일 문을 열었고, ‘교육공간 조성 및 증축공사’를 위해 1년간(24.10.14~25.10.1) 휴관한다. 휴관 전일인 일요일(10.13)에 하루 종일 박물관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과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참지>를 관람하였다.
상설전시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어제서문(御製序文)의 문장[(1부)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2부) 내 이를 딱하게 여겨/(3부)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4부) 쉽게 익혀/(5부) 사람마다/(6부) 날로 씀에/(7부)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에 따라 7부 일곱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이제 휴관으로 직접 볼 수는 없으나, 박물관 홈페이지(https://www.hangeul.go.kr/exhi/dailyExhibition.do?curr_menu_cd=0102010000)에 방문하여, ‘온라인 전시(VR) 보기(https://my.matterport.com/show/?m=anBga6EwuVi)’를 클릭하여 백색 동그라미를 클릭하며 따라가면 가상공간의 전시를 볼 수 있다. 1부는 훈민정음 해례본 33장을 각각 낱장으로 앞뒷면을 형광판에 백색글씨로 볼 수 있도록 순서대로 도미노 판처럼 줄을 세워 배열하였다. 기획전시도 가상공간에서 볼 수 있다.
1446년(세종 28년) 음력 9월 상순(上旬)에 목판본 1책으로 간행된 한문본 『훈민정음(해례본)』의 정인지 서문 중에,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 글자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智者不終朝而會 愚者可浹旬而學]” 또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 소리나 개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 [雖風聲鶴唳 鷄鳴狗吠 皆可得而書矣]”라고 쓰여 있다.
훈민정음은 제자원리가 과학적이고 간단해 배우기 쉽고, 초·중·종성의 음소(音素)를 합자(合字)해 쓰는 음소문자[音素文字, phonemic writing, 또는 자모문자(字母文字, alphabetic writing)]인 표음문자(表音文字, phonographic writing, 소리글자)이기 때문에 자연의 소리까지도 잘 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의 기본자는 원래 28자(자음 17자+모음 11자)인데, 현재 네 글자(ㆆ, ㆁ, ㅿ, ㆍ)는 사용되지 않고 24자(자음 14자+모음 10자)만 사용된다. 28자의 운용방식에 따라, 병서(竝書)로 각자 병서자(ㄲ, ㄸ, ㅃ, ㅆ, ㅉ, ㆅ), 합용 병서자[예; ㄼ, ㅴ 등, (; ‘꿀’의 옛말. -믈; ‘꿀물’의 옛말.)]가 있고, 순음자(脣音字) 밑에 ‘ㅇ’을 이어 쓰는 연서(連書, ㅱ’, ‘ㅸ’, ‘ㆄ’, ‘ㅹ 등 순경음)가 있다. 현재 가벼운 입술소리[순경음(脣輕音), ㅱ, ㅸ, ㅹ, ㆄ) 등도 사용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의 부톤섬 바우바우시(市)에 살고 있는 찌아찌아족은 글자가 없어 음소문자인 한글 문자를 사용하여 그들의 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는데 순경음이 많아 현재 쓰이지 않는 훈민정음의 순경음들도 사용하고 있다. 로마자 보다 한글이 찌아찌아어의 음가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다. 한글이 말은 있고 문자는 없는 다른 나라 또는 민족들의 언어의 문자로 사용되려면, 훈민정음 28자를 모두 사용하고, 순경음의 글자 등도 사용하면 세계의 말들을 문자화하는데 휠씬 유용할 것이다.
현재 거대언어모델 생성형 AI에서 과학적이고 간편한 한글을 기본문자로 사용하면 세계 여러 언어들의 변환이 수월해진다는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문자들에 비하면 훈민정음이 자연의 소리도 더욱 폭넓게 표현할 수 있지만 수많은 자연의 소리를 다 표현할 수는 없으며, 영어, 일어 등에 한글 자모로 표현할 수 없는 음가(音價)들이 있어 훈민정음이 세계문자가 되려면 기존의 훈민정음을 증보(增補)할 필요가 생긴다.
뎅~! 한글로 종소리를 표현하자면 의성어 “뎅”이고, 종소리의 원음과 여운음이 길게 이어짐을 굳이 표현하고 싶으면 “뎅~” 또는 “데~ㅇ” 정도로 한글 외의 “~”의 부호를 덧붙여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한글 글자 외의 부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한글에 합자 병서 ‘ㆁ_’를 증보하여 ‘데’의 받침으로 쓰면(데 + 받침 ㆁ_ =), 종소리를 더 근접하게 표현할 수 있다.
“...필자가 감히 이에 관심을 가지고 30년간의 연구를 거듭하여 참으로 동서양의 문자를 통일한 글자모양과 뜻을 연구하여 소리글자와 뜻글자를 둘 다 갖추고 4성(四聲)을 아울러 갖춘 훈민정음 본래의 기능을 발휘해서 ‘증보정음(增補正音) 관음문자(觀音文字)’라 새 제목을 붙이고... [...筆者가 敢히 이에 留意하고 三十年間의 硏鑽을 거듭하야 可謂 東西 文字를 統一한 字形과 意義를 考究하야 表音 表意를 雙具하고 四聲을 兼備한 訓民正音 本能을 發揮하야써 ‘증보정음增補正音 관음문자觀音文字’라 新題하고...]”. 이는 삼일운동 당시에 고창 문수사에 피신 중 금강경을 읽고 출가 결심을 했던 ‘금타 선사(金陀 禪師, 1898~1948)‘의 ’관음문자 공포 취지문(1947.2.8.)‘의 일부이다. 금타 선사의 유고를 모아 청화(淸華, 1923~2003) 선사가 편저한 <금강심론(金剛心論)>에 실려 있으며, 본 필자가 <금강심론(金剛心論)>의 주해서 3권을 낸 바 있다. 위의 종소리를 표현한 받침 ’ㆁ_‘도 금타 선사의 훈민정음 증보를 위한 신작(新作)의 하나이고, 증보정음은 또한 장음 표시도 가능하다.
금타 선사의 증보정음은 기본 17자모(字母)[6모음(ㅏ, ㅓ, ㅗ, ㅜ, ㅡ, ㅣ)+11자음(ㄱ, ㄴ, ㄷ, ㄹ, ㅁ, ㅂ, ㅅ, ㆁ, ㅈ, ㅎ, ㅇ)]이다. 이를 운용해 87자륜(字輪)[46모음(6식음; 기본 6모음. 6의주음; ㅑ, ㅕ, ㅛ, ㅠ, ㆍ, ㅣㅣ. 1안주음; ㅐ. 1이주음; ㅔ. 3비주음; ㅚ, ㅘ. ㅗㅓ. 3설주음; ㅟ, ㅜㅏ, ㅝ. 20신주음; ㅢ, ㅡㅏ 등. 6호용음; ㅙ, ㅞ, ㅒ, ㅖ, ㅛㅣ, ㅠㅣ) +41자음{11색음; 기본 11자음. 5탐음; ㄲ, ㄸ, ㅃ, ㅆ, ㅉ. 4진음; ㅊ, ㅋ, ㅌ, ㅍ. 8치음; ?(ㄱ의 반음으로 반아음인 일어 ‘ガ’행음), ?(ㄷ의 반음으로 경설음인 일어 ‘ダ’행음), ?(ㄹ의 반음인 반반설음인 영어 ‘R’음), U(ㅂ의 반음이며 경순음인 영어 ‘V’음), ㅿ(ㅅ의 반음이며 반치음인 일어 ‘ザ’행음), ?(ㅈ의 반음이며 정치음인 영어 반G음), ?(ㅍ의 반음이며 후음인 영어 ‘F’음), Z(ㅅ과 ㅈ의 간음이며 정치음인 영어 ‘Z’음). 5탐종음; 받침으로 사용하는 5탐음. 7중종음; ㄺ, ㄹㄴ, ㄻ, ㄼ, ㅄ, ㄵ, ㄶ. 1병종음; ㆁ_ ]으로 확장한다.(?은 활자가 없어 표시 못한 글자)
금타 선사의 증보정음이면 세계 모든 나라의 언어 음가 표시가 거의 가능하고, 자연의 소리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근간으로 필요한 부분을 더 증보하면 세계공용문자로 손색이 없는 한글이 될 것이고, 세종대왕의 선견지명과 큰 은혜를 갚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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