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나도 평범한 치과의사, 회비 혜택 모르겠어요”

  • 등록 2024.12.04 20: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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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Ⅰ- ‘치협 밖의 회원들, 그들의 목소리’
비용 부담·회무 불만·홍보 부족 등 미납 이유 천차만별
피부로 느껴지는 지원, 젊은 회원 개원가 적응 도움 절실

 

“큰 마음을 먹고 회비를 내려 하니 내는 과정이 복잡하고, 너무 세분화 돼 있는 것 같다. 일단 구회 입회비가 100만원, 지부 입회비가 50만 원이라는 얘기에서부터 ‘헉’ 소리가 난다.”
벼르고 벼르다 협회에 가입하고 회비도 납부키로 마음먹은 한 개원의의 얘기다. ‘선배를 따라 별 고민 없이 협회에 가입했다’는 얘기는 50~60대 회원들의 추억. 옆에 새로 치과가 개원하면 ‘먼저 임플란트 수가가 얼마인지가 궁금하다’는 세태에서 이제 협회에 가입하는 일은 ‘가성비(?)’를 먼저 따지는 시대가 됐다. 협회 가입, 회비 내는 것을 꺼려하는 회원들, 저마다의 입장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올해 43세. 서울 소재 7년차 개원의 A원장. 일명 무적회원(?)이라 불리는 지부 미가입, 당연히 회비 미납회원이다. A원장은 저수가 덤핑 진료를 하지 않는다. 환자들에게도 과잉진료를 하지 않고 친구나 형·동생, 또는 자식 같이 대해 인기가 있다는 게 본인의 주장. 반회 등의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수련을 함께 받은 선후배, 친한 동문들에게 호평을 받는 개원가의 평범한 동네치과의사다. 


A원장은 “공보의 때인가 협회비를 잠깐 냈던 것 같다. 페이닥터를 하다 처음 개원해서는 병원이 어떻게 될지 몰라 조금만 있다 지부에 가입하려 했고,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현재는 개원활동을 하는 데 지장이 없어 회 가입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며 “협회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것이 회비를 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역시 40대의 B원장은 얼마 전 큰마음을 먹고 협회에 가입하기로 했다. 친한 동료와 얘기하다 보니 보수교육 관련 정보 등 각종 공지를 받는 게 편하다는데 마음이 움직인 것. 그리고 치협에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 통화에서 “저희는 직접 협회비를 받지 않습니다”란 답변과 함께 개원 지역 지부의 연락처를 받았다. 해당 지부에 연락한 두 번째 통화에서는 지부와 구회 입회비, 당해 연도 연회비를 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치협 회비는 면허를 취득한 시기부터 밀린 회비를 다 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어렵게 도달한 소속 구회와의 세 번째 통화에서 안내받은 총 납부 금액은 500여만 원. 생각보다 큰 액수에 당황했다.  


B원장은 “협회에 가입도 하기 전에 지치는 기분이다. 막상 회비를 내려하니 큰 금액이 부담이다. 분할납부 등의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개원 전 지부가입 망설여져
의료법 제28조(중앙회와 지부) 3항에서는 ‘치과의사는 당연히 해당하는 중앙회의 회원이 되며, 중앙회의 정관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치협 정관 제3장(회원) 제9조(회원의 의무) 1항에서는 ‘회원은 소속지부를 통한 입회비·연회비 및 기타 부담금의 납부의무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치협에 관심이 없는 치과의사들에게는 그저 요원한 규정. 애초에 협회 가입은 ‘관심도 없고, 필요도 없다’는 마음을 가진 회원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다. 


서울에서 페이닥터를 하고 있는 한 미가입 회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치과의사가 됐을 때 기쁨은 잠시고 다음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남들은 치과의사가 된 것을 부러워했지만 실제로 그 시기에는 수련의나 공보의, 페이닥터로 일을 시작해도 경제적인 여건이 넉넉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몇십만 원을 회비로 내야 한다는 얘기에 거부감이 들었다. 요즈음 젊은 치과의사들은 이른바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비를 내는 것은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비를 내지 않고 있는 회원들의 일반적인 목소리는 피부로 와 닿는 혜택이 느껴지지 않고 회비가 비싸게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한 개원환경’에서 협회가 하는 일에 관심을 둘 겨를이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C원장은 “과거 선배들은 주변의 원장님들과 친목의 기회도 많이 갖고 친구처럼 지냈다면, 요즈음의 젊은 치과의사들은 주변 원장들이 동료보다는 곧 경쟁자로 느껴진다. 우스갯소리로 동기들과 만나면 ‘개원하면 치과 홈페이지를 너무 잘 만들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홈페이지에 나온 수가, 과장된 홍보내용 등을 꼬투리 잡으려고 주변 치과에서 더 많이 본다는 것인데, 이런 와중에 회에 가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냐는 반문이다. 

 

 

밀린 회비 내려니 ‘헉’…“분할 납부는 안 되나요?”

대학생 때 부터 협회 역할, 가입 절차 등 체계적 안내 필요 
보수교육 편의성 등 회원 가입 혜택 아이디어 적극 개발을


# 복잡한 협회비 납부 체계 개선해야
꼭 미가입 회원의 얘기가 아니라도 처음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치협이나 산하 지부 가입에 대한 정보, 관련해 받을 수 있는 혜택, 회비의 구성과 납부 절차 등에 대해 설명을 듣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게 젊은 회원들의 의견이다. 


30대 초반의 한 페이닥터는 “치대 재학시절 치협에 대한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떻게 보면 그 시기가 치과의사가 될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치협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관련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협회비 등을 내는 문제에 대해선 나중에 친한 선배에게 물어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나중에 개원할 때 한꺼번에 내면 된다’, ‘협회비 내지 않아도 문제없다’ 등 본인에게 안심(?)을 주는 선배들의 조언을 따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치대 재학생 시절부터 치협에 대한 정보, 회 가입 절차 및 혜택에 대한 안내 등이 체계화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치협에 가입해 일정 기간 회비를 내다가 미납회원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역시 “몇 년 안 내고 미뤄봤는데, 크게 문제가 없어서”,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협회가 도움이 되지 않아서”와 같은 개인적 경험으로 회를 떠나간 회원들이다. 


50대에 들어선 한 회원은 “우리 때만 해도 그냥 아는 형 따라 회비를 내는 분위기였다. 꼭 효용성을 따져가며 내는 게 아니라 내가 몸담은 조직이니까. 그래야 주변 원장들하고도 잘 지낼 수 있으니까 협회비를 냈다”며 “그러다 환자와의 분쟁이나 업체와 문제 등 협회의 도움이 아쉬운 순간이 생겼을 때 별다른 도움이 안 되면 실망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납회원들이 회비를 내지 않는 주요 이유는 협회 회무에 대한 불신 혹은 불만, 회비 납부 유무에 따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또 지부나 치협을 통해 받는 혜택에 비해 회비가 너무 비싸게 느껴진다는 회원들의 목소리도 많았다.  

 
# 공보의들 개원가 안착 협회 도움 희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회비 미납회원들의 마음 한켠에는 회원으로서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 특히, 보수교육점수 취득의 용이성을 비롯해 중앙회에서 제공하는 각종 알림과 치과계 관련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고 싶은 마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대를 갓 졸업한 새내기 치과의사나 소집해제 후 개원가에 나온 공보의들의 경우 ‘개원가에 안착하는 데 협회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게 한 목소리. 질 높은 임상교육 콘텐츠나 개원 시 경영교육, 기자재 구입의 특전 등을 제공한다면 젊은 회원들을 회에 가입시키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회비 장기 미납 회원이 회 가입을 희망할 경우 밀린 회비를 일시납 하는 데 따른 부담을 어느 정도 경감시켜 주는 것도 협회 가입을 유도하는 방침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협회비 미납회원은 “회비를 안낸지 5~6년 되는 것 같다. 개원의 입장에서는 잊고 지나칠 수 있는 보수교육 관련 공지를 받고, 저녁 시간을 활용해 구회에서 하는 보수교육을 받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이 같은 지원을 비롯해 치과에 과중되고 있는 행정업무 지원이나 구인난 해결 등에 있어 더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진다면 더 회비를 내고 싶지 않을까”라며 “그동안 밀린 회비를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해 주거나 활동하지 않은 기간은 면제해 주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성실 의무 회원에 더 큰 혜택줘야
이와 관련 기존에 회원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온 회원들은 형평성 등의 차원에서 미납 회비를 경감시켜 주거나 면제해 주는 것은 당연히 안 된다는 입장이며, 이는 치협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회원 배가를 위해 획기적인 회비 납부 독려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예를 들어 회비 장기 미납회원의 경우 회비 납부 희망 시 밀린 회비의 일정 부분을 초기 선납토록 하고, 나머지 회비에 대해서는 10년 이내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하는 안 등을 치과계 내부 합의를 통해 고민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회원 참여를 늘리기 위한 복안이다. 


한 회원은 “회비를 내는 회원에게는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협회에 관심이 없는 회원들에게는 이러한 치협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보다 젊은 회원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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