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로, 장기 입원 노인 환자의 구강 건강 관리가 필수적인 의료 과제로 대두되었다.

본 견학에서는 후쿠오카 치과대학의 의과·치과 종합병원을 방문하여 일본의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구강 건강 관리 체계를 직접 관찰하고, 방문 치과 진료, 연하 기능 평가 및 재활 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경험하였으며, 일본의 구강 건강 관리 시스템이 환자의 전신 건강을 고려한 다학제적 접근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노인 치과 의료 시스템을 분석하고, 이를 한국의 임상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고자 한다.

I. 의과·치과 종합병원의 시설

- 노인 환자 케어에 특화된 시스템

일본 후쿠오카 치과대학의 의과·치과종합병원은 단순한 치과병원을 넘어, 노인 환자를 위한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의료 시스템을 갖춘 의과·치과 종합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의 이름조차도 후쿠오카 치과대학병원이 아닌 후쿠오카 의과·치과 종합병원이다). (그림 1)

후쿠오카 의과·치과종합병원의 치과 진료 시스템은 한국의 대학병원 구조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치과병원이 의과와 분리되어 독립적인 기관으로 운영되거나, 의과병원 내 일부 공간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형태가 많다. 반면 후쿠오카 의과·치과종합병원에서는 치과와 의과가 동일한 규모로 통합되어 있으며, 각 진료과 간 상호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표 1)

치과 진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특히 고령 환자들을 위한 의과 세부 과목들이 전략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뿐만 아니라 내과, 신경과, 정신과 등의 과목 또한 치과 진료와 연계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노인 치과 진료 중 의과적 평가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 환자는 불필요한 이동 없이 신속하게 협진을 받을 수 있으며,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치과 진료뿐만 아니라, 노인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을 고려한 다학제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연하 장애, 구강건조증, 치주질환과 같은 노화와 관련된 구강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인의 전신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 노인 환자를 위한 진료실 환경

노인 환자들을 위한 진료 환경의 설계도 주목할 만하였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환자가 진료실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닛 체어가 진료실 입구를 향하도록 배치되어 있어서, 휠체어 이용 환자가 방향을 바꿀 필요 없이 곧바로 접근하여 환자가 불필요한 이동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유닛체어에는 환자가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발판이 설치되어 있어 근력이 약하거나 협조가 어려운 중증 노인 환자도 무리없이 착석할 수 있고, 90도 회전이 가능하므로 보호자가 환자를 보다 쉽게 체어에 앉힐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작업 트레이는 분리되어 있으며, 타구대는 회전이 가능하여 환자가 체어에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하여, 전체적으로 환자의 편의성 및 안전을 우선 고려한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다. (그림 2)

- 고령 환자의 연하장애 및 언어기능 케어

고령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연하장애 및 언어 기능 저하 문제에 관하여, 국내에서는 이비인후과 또는 재활의학과에서 주로 접근을 하고 있으나, 후쿠오카 의과·치과종합병원의 노인치과 클리닉에서는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언어치료실과의 긴밀한 협진 시스템과 함께 치과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구강 관련 해부학적 문제, 혀의 운동성, 연하능력 등을 치과에서 평가하고, 후두기능 및 연하 반사 기능 등은 이비인후과 및 언어치료실에서 검토하여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치료계획을 수립한다. 이에 따라 노인치과 클리닉은 환자의 연하 능력 평가를 위한 시설(laryngoscopy)을 갖추고 있으며, 후쿠오카 치과대학 학생은 학부 과정 중에 모델 실습을 통해 연하 능력 평가 교육

을 받고 있다. 덕분에 견학 과정 중 우리에게도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림 3, 4)

- 중증 장애 및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한 스페셜 케어 치과 클리닉

중증 장애를 갖거나 거동이 극히 어려운 환자를 위한 스페셜 케어 클리닉이 1층에 마

련되어 있었다. 휠체어 이용 환자들은 외부 주차장과 바로 연결된 출입구를 통해 진료실까지 이동할 수 있었으며, 내부 동선도 최소화되어 있어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유닛 체어에 도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림 5)

특히, 스페셜 케어 클리닉의 진료실은 기존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탈피하여 보다 개방적인 형태로 설계되었다. 일반적인 진료실과 달리 복도 쪽 벽이 제거되어 있어 휠체어 이

용 환자들이 벽이나 문턱에 걸리지 않고 곧바로 유닛 체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설계는 휠체어 환자가 보다 독립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에 맞춰 보다 원활한 진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림 6)

이러한 세심한 설계는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휠체어 이용 환자들이 보다 존중받으며 독립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는 일본의 치과 의료 환경이 단순한 진료 제공을 넘어,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고려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II. 후쿠오카 치과대학 부속 요양시설 - 선샤인 플라자

후쿠오카 치과대학 캠퍼스 내에 위치해 있는,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생활 공간이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의 역할을 병행하는 의료 복지 복합형 요양시설이다. 노인 및 장기 요양환자들의 전신건강과 구강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단순한 요양 시설을 넘어, 치과대학 및 대학병원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문적인 구강 건강 관리를 제공하는 모델로 운영되고 있다. (그림 7, 8, 9)

후쿠오카 치과대학병원과 연계하여 치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료 과목과 협진이 가능하며, 치과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스케일링, 틀니 조정 등을 시행하며, 구강위생 관리 교육도 함께 이루어진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방문 치과 진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환자의 개인 병실이나 생활 공간에서 직접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림 10)

마무리

우리나라 역시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노인 구강 건강 관리는 점점 더 중요한 의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후쿠오카 의과·치과 종합병원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 개선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방문 치과 진료의 활성화, 병원 내 물리적 접근성 개선 뿐만 아니라 다학제 협진 체계 및 구강건강과 전신건강의 연계 강화 등은 국내에서도 반드시 도입이 필요하며, 더불어 의료 인프라 개선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역시 단순 진료를 넘어 돌봄과 예방, 교육이 결합된 통합적 접근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방문 진료, 돌봄 연계 서비스, 지역사회 기반의 구강 건강 증진 사업, 노인의료복지시설과의 협업 등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 다각적 접근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향후 우리나라에서는 ‘구강 노쇠(oral frailty)’에 대한 표준화된 진단 지침과 중재 방법의 개발 및 건강보험 수가 등재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회 차원의 학술적 기반 마련과 함께, 정부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제도화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국내 치과계에서도 노인치의학 수련 및 인정의, 전문의 제도 도입을 통해 전문성을 제고하고,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구강건강 정책 수립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번 견학을 통해 고령화 사회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치과 진료 시스템을 직접 확인하며, 국내의 현실에 맞춘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절감할 수 있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적·사회적 노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