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2일, 동부지방법원은 33대 박태근을 회장 당선인으로, 강충규, 이민정, 이강운을 각 부회장 당선인으로 한 결정을 무효로 했으며 협회가 피고가 되어 또 한 번 격랑에 휩싸였다. 이 판결 이후, 곧바로 가처분 신청과 항소가 이어지면서 협회 내부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의 피로감은 물론, 협회에 대한 실망감도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갈등을 봉합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방향과 정책이 정해지는 골든타임에 치과협회의 존재 이유는 다름 아닌 국민의 구강 건강 증진과 회원들의 권익 보호이고 대관업무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들과 그로 인해 야기된 법적 다툼은 이 본질적인 목적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어떤 조직이든 갈등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이를 통해 얼마나 더 단단해지는가이다. 자체 거버넌스조차 확립하지 못하고 자율징계권을 요구하는 것은 난센스다. 치과의사협회는 이번 내홍을 통해 회원들과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점을 겸허히 인정하고,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일심 판결과 그에 따른 가처분, 항소 등의 법적 절차가 협회 운영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통감해야 한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정관과 규정에 맞게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직무대행을 선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세력이나 개인의 이익이 아닌, 전체 회원의 뜻을 대변하고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원로들은 충고한다. 불필요한 소모전을 멈추고, 하루빨리 협회가 본래의 기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으로 인한 의정갈등으로 치과계 현안들이 매몰되었으며 새정부 들어서는 정부주도의 공공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치협의 가야 할 길도 명확하다.
미래를 위한 과제: 산적한 현안 해결 및 K-Dentistry 경쟁력 확보
협회 앞에 놓인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날로 심화되는 치과계 경쟁, 수가 문제, 불법 의료행위 근절, 그리고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많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적 다툼으로 인해 협회는 불필요한 행정력과 재정을 소모하고 있고 이는 결국 국민과 회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러한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회의 역량이 분산되어서는 안 된다. 오직 국민 구강 건강 향상과 회원들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 구축이라는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핵심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치과계의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 임플란트 급여 확대: 고령화 사회의 심화에 따라 노년층의 구강 건강 증진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제한적인 임플란트 급여 개수를 확대하여 더 많은 국민들이 양질의 치과 진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의료비 지원을 넘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문제다. 협회의 정책제안을 정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통합 돌봄체계 구축, 방문진료 도입 및 활성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등 의료 취약계층에게 방문진료는 필수적인 서비스다. 통합 돌봄법과 연계하여 치과 방문진료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실제 현장에서 방문진료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협회는 지난 6월 28일 일본 방문치과 협회 회장과 홍보담당이사를 초청하여 심도 깊은 세미나를 개최하여 한국보다 30년 앞선 일본의 경험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 생애 주기별 치과 보험체계 확립: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 주기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과 보험체계가 필요하다. 예방 중심의 구강 관리부터 고액의 치료가 필요한 시기까지, 각 연령대에 맞는 실질적인 보험 혜택을 제공하여 국민의 치과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고 지속적인 구강 건강 관리를 유도해야 한다.
* 치의학연구원 설립 구체화를 통한 K-dentistry의 경쟁력 확보: 치의학 분야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 치과의료 기술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치의학연구원 조기설립이 필수적이다. 연구원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정부 및 관련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한국 치의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이는 미래 의료 시장에서 K-dentistry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제조·물류의 최강국 중국의 쓰나미가 이미 시작되어 치과산업계에 경종이 울린지 오래다.
치협 창립 100주년을 보내며 새로운 100년을 설계할 시점이다.
협회의 본래 목적을 생각하고 단합된 힘으로 당면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국민과 회원 모두에게 신뢰받는 자랑스러운 전문가 단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치과의사협회가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여 더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