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 삶 -
자신에게 의지하라
지홍스님·조계사 주지

2000.10.07 00:00:00

“전쟁에서 수천의 적과 혼자 싸워서 이기기보다, 하나의 자기를 이김이야말로 참으로 전사중의 최상의 전사니라.”-법구경- 우리의 삶은 싸움이다. 다른 사람과의 싸움이라기보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에게 익숙해져 있는 잘못된 습성과 고뇌에 맞서 극복해내지 못하면 자신의 의지를 삶 속에 실현하는 승리자가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자기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불편을 안겨주게 된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사회적으로 보장된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던 부인 야쇼다라와 아들 라훌라를 남겨두고 설산으로 고행의 길을 떠났다. 자신 안에 내재해 있던 인간의 근본적인 고뇌와 세상에 만연된 차별적 계급주의와 싸워 극복을 하고 인류의 스승으로 자비의 실현자가 되어 수많은 중생에게 평온의 가르침을 주시고 계신다. 부처님도 수행과정에서 수많은 마음의 갈등을 겪으신다. 병들고, 춥고, 배고프고, 외롭고, 고통스러울 때는 사랑하는 아내와 따뜻하고 편안한 궁전의 생활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그것은 인간의 궁극적인 고뇌의 해결의 길이 아님을 되새기며 마음의 갈등과 싸워 이겨낸다. 부처님을 갈등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깨달음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차라리 풍요와 편리한 궁전생활로 돌아가고자 하는 두 갈림길에서의 갈등이었으리라. 그 마음의 갈등을 극복하고 깨달음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인류의 스승인 부처님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과 싸워 승리하려면 자신의 욕망이 요구하는 것에 관대해서는 안 된다. 욕망 속의 이기심은 끝이 없어서, 욕망의 요구에 관대하면 할수록 나 자신의 의지는 나약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겨울을 나는 나무를 자세히 보면 봄, 여름에는 생명을 키우기 위해 많은 수분을 흡수하고 가지의 길이만큼이나 땅속깊이 뿌리를 뻗는다. 그래야 어떠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에는 곧 다가올 겨울의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모든 이기적인 욕망을 버리고 또 버린다. 아름다운 꽃과 탐스러운 열매도 다 버리고 잎사귀 하나 남지 않은 나목裸木이 되어 엄동설한을 견딘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자신이 살 길이라는 것을 나무는 알고 있는 것이다. 제 몸의 일부인 잎과 꽃을 떨구고 겨울을 나는 나무처럼, 자기와의 싸움으로 장애를 극복한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선천성 사지절단" 의 장애를 가진 오토다케 히로타다 씨(와세다대 정치학과 4년)는 사지가 없기 때문에 뺨과 어깨 사이에 연필을 끼워 글을 쓰고, 가위 한쪽 끝을 입에 물고 다른 쪽을 어깨로 누른 채 얼굴을 돌려가며 종이를 자른다. 양쪽 어깨로 농구공을 드리블하고, 겨드랑이로 철봉을 껴안고 하는 턱걸이는 그만의 장기라고 한다. 그의 자서전 ‘오체 불만족’은 출판 후 6개월만에 2백50만 부가 넘게 팔려 곧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사지가 각각 10㎝에 불과한 자신의 신체장애를 ‘초 개성적’이라고 표현한다. ‘자기만의 스타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장애는 불편합니다. 그러나 불행하지는 않습니다”라는 생각은 욕심을 버리고 본래의 자기를 받아들이며,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함으로써 얻어지는 확신이다. 우리들 각자는 신체나 마음에 어떠한 장애를 갖고 있는가? 우리는 그 장애와 맞서 싸우고 있는가? 그리하여 우리들은 자신에게 의지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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