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자신이 만든 감옥살이
<지홍스님·조계사 주지>

2000.11.04 00:00:00

‘쇼생크의 탈출’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한 흑인 노인은 평생 감옥에서 살다가 모범수로 가석방된다. 그 후 한 슈퍼마켓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자유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고 만다. 그는 오랜 기간 감옥에 갇혀 살아, 그렇게 사는 데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아마 감옥에서 사는 동안 스스로 결정해 행동에 옮기는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같이 실제의 감옥은 그의 마음을 가두는 또 하나의 감옥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만든 감옥에 갇혀 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틀 안에 자신을 가두어 놓고 그 틀을 벗어나게 되면 견딜 수 없이 불안해하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을 하기도 한다. 삿된 욕망, 편견, 고정관념 등에 갇혀 스스로 삶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사상만을 신봉(信奉)하여 그것만 옳다고 고집하고 다른 것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사상의 감옥이다. 그 사상의 감옥에 자신을 가두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귀중한 생명과 자유마저 빼앗기도 한다. 지난날 우리 국민 모두는 반공 이데올로기에 묶여 살았다. 지금도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지만 오직 반공反共만이 살길이요, 반공이 아닌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던 것이다. 공산주의자, 그들도 엄연히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삶의 방식 중 하나를 추종하는 사람들일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마치 뿔이 달린 도깨비로 상상했었다. 휴전선의 철조망보다 더 단단한 반공 이데올로기로 마음에 벽을 치고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데올로기가 인간의 삶을 구속할 수 없게 되었다. 통일을 위해서 이 마음의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그들은 우리와 피를 나눈 한 겨레라는 사실을 체제와 사상을 떠나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야 한다. 편견이라는 감옥도 있다. 우리는 많은 편견들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며 또 그것들에 자신을 묶어 놓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역감정이다. 영남과 호남을 경계로 한 지역감정은 이 사회 여러 방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전라도 사람은 안돼, 경상도 사람은 안돼"라는 편견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듯 올바르지 못한 편견에 집착해서 서로 배척하고 갈등하면서 사는 것 또한 우리가 만든 감옥이다. 이뿐만 아니라 장애인, 전과자, 부랑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우리 사회가 이들 모두가 함께 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이룰 수 없는 것은 서로에 대한 어줍잖은 편견 때문이다. 편견 없이 누구나 타고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는 사회, 그리고 인간으로서 존중되어지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진정한 공동체이다. 이를 위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가두는 편견의 감옥들을 과감히 부숴 버려야 한다. 그리고 소외된 이들과 손잡고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잘못된 욕망 또한 인간이 벗어나야 할 가장 큰 감옥 중의 하나다. 사람들은 먹고 자고 하는 생리적인 욕구 외에도 잘나고 싶고 출세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고 하는 수많은 욕망들을 가지고 있다. 끝도 없는 욕망들을 채우기 위해 돈의 노예가 되어 혹은 권력의 노예가 되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같이 욕망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때론 교만하고 때론 좌절하면서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은 상처를 준다. 이밖에도 희로애락의 감정에 사로잡혀서 또 평소 길들여진 습관에 갇혀서 사는 것 또한 스스로 만든 감옥이다. 인간은 무지로 인해 잘못된 욕망과 집착을 떠나지 못하고 나와 내 것이라고 하는 감옥들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부처님은 일체의 차별과 편견의 감옥을 부수고 깨달음을 성취한 분이다. 그분은 계급제도에 의한 차별을 거부하였다. 그리고 교단의 수행자로 노비나 천민, 그리고 여성도 받아들였다. 그 당시 사회적 편견을 깨는 혁명적인 삶은 부처님만이 살 수 있는 대자유의 삶이었다. 이처럼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감옥들을 부수는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자유는 획득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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