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부모님은 가장 좋은 스승이다
<지홍스님·조계사 주지>

2000.11.18 00:00:00

부모는 자식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있어 나침반은 생명과도 같듯이 훌륭한 부모 또한 자라는 아이들에게 있어 생生의 지침(指針)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 부모들의 세상사는 생각과 태도는 어떠한가. 자식을 대상으로 스스로의 욕망을 키우고 있지는 않는가. 내 자식에, 내 가족에만 갇혀있지는 않는가. 극도의 경쟁주의, 황금만능주의 등 잘못된 세속적 가치에 빠진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진정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잊고 있는 듯하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이기적인 욕심과 전도된 가치가 난무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갈등하고 방황하면서 중요한 성장기를 보내고 있다. 자라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다음 세대의 주역이다. 이같이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건전한 교육(敎育)의 장(場), 성장(成長)의 터전을 만들어 주는 일은 어른들, 부모들의 책임이며 몫이다. 이제 자식을 향한 그릇된 욕망에서 벗어나,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사람다움을 가르친 예전의 우리 부모님들의 그 순수한 자식사랑으로 돌아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훌륭한 인물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부모가 있었다. 그 부모들은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실현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또 자연을 비롯한 세상과 어떻게 유대(紐帶)하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의 삶을 통해 몸소 가르쳤다. 올바른 가치관과 신념을 실천하며 사는 지혜로운 아버지와 어머니, 수행(修行)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의 생(生)은 언제나 치열했다. 그 속에서 자란 아이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창조해나갈 수 있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의지가 언제나 굳건했다. 또 부모들은 ‘내 자식"에만 집착해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쉽다. 그래서 자기 아이가 밖에서 싸우다 맞고 들어오기라도 하면 속이 상해 막무가내로 야단부터 치게 된다. “네가 뭐가 부족해서 맞고 들어오느냐, 지고 들어오느냐?"하며 말이다. 아이는 안 그래도 속상한 데다가 엄마에게 꾸중까지 듣게 되면 더 상처받는다. 이같이 앞 뒤 없이 화가 나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은 ‘내 자식이 맞았다"는 사실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현명한 부모는 우선 아이가 그 일을 분하게 여기는지, 별일 아니라고 여기는지를 알려고 한다. 분하게 여기면 마음속의 분노를 먼저 치유해주고 다음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함께 생각해 본다. 아이가 자기 감정을 다스리고,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만일 아이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부모도 별일 아닌 것으로 넘어가 줘야 한다.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어떤 일에도 어른들의 가치관과 입장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세계를 존중하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줘야 한다. 이것이 바람직한 교육태도이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의 몸을 빌어 낳았을 뿐 분명 부모가 대신할 수 없는 자식의 운명이 따로 있는 것이다. 훌륭한 부모, 스승이 되는 일은 스스로의 집착에서 벗어나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자식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다른 아이보다" 하는 상대적이고 대립적인 경쟁보다는 모든 존재들과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의 방식을 가르쳐야 한다. ‘이겨라 이겨라"가 아닌 ‘힘내라 힘내라" 하는 마음으로. 내 아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사랑과 신뢰로 아이 옆에서 지켜보고 기다려 주는 일이다. 안쓰럽고 안타깝더라도 넘어진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서기를 기다리면서. 그래야 언제라도 자신의 운명 앞에 바르게 서는 자립적인 아이, 다른 존재의 아픔에 마음쓰는 사려 깊은 아이, 진정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훌륭한 부모는 자식이 슬퍼할 때는 따뜻한 위로로, 좌절하고 실패할 때는 다시 설 수 있는 희망과 용기로, 그리고 기뻐할 때는 진정 같이 기뻐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함께 있다. 자식은 그런 부모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진실한 삶을, 사람다움을 따라 배운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부모가 되어 또 다시 자식 앞에 선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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