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인간의 무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삶
<지홍스님·조계사 주지>

2000.12.09 00:00:00

세속 인연들을 놓아버리고 진리를 향한 구도의 열정으로 출가(出家)한 수행자들이 있다. 그들의 생은 ‘인간의 무한가능성"을 믿는 깊은 신심으로 ‘부처"에 이르고자 하는 지난한 자기 완성의 과정에 있다. 이 간절하고도 진솔한 구도(求道)의 삶은 생사(生死)를 초월해 있다. 세속에 사는 사람들 또한 자신의 긍정적이고도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함으로써 ‘자아실현"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누구나 두루 갖추고 있는 선의지(善意志)와 재능을 발현하며 사는 삶은 스스로를 성숙시키며 언제나 행복하고 풍요롭다. 이 영원한 행복의 씨앗인 무한 가능성은 사람들 모두의 가슴에서 변하지 않는 금강석으로 찬란히 빛나고 있다. 이제 밖으로만 향하고 있는 혼란스런 시선들을 거두어 내면에 차분히 머무를 일이다. 지금 우리들 삶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는가. 사이버공간에서까지 욕구해소를 위한 몰두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외형의 화려한 빛깔과 소리에 제정신을 빼앗겨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물질과 탐욕만이 우리들 행위에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을 뿐이다. ‘진정한 나’의 ‘진실한 삶의 모습"은 아주 깊은 혼돈의 강물 속에 빠져버린 듯 찾을 길 없다. 이제 생의 본질에 눈 돌려야 한다. 인간 개개인이 갖추고 있는 무한한 가능의 세계에로의 회귀(回歸)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이 시선 바꿈은 우리들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됨은 물론이다. 이 멈추지 않는 정진의 삶 속에 사라지는 번뇌들 사이로 제 모습을 드러내는 무한 가능성의 세계가 있다. 시원(始原)의 맑고 투명한, 그리고 마르지 않는 가슴 속 깊은 샘물이다. 여기서부터 진정한 자아실현의 길은 시작된다. 미국 어느 프로농구팀은 감독을 비롯한 모든 팀원들이 참선 공부로 무심(無心)을 닦는다고 한다. 참선수행에서는 팀원 중 누구도 게임 중에 개인기를 드러내려하지도 또 승부에 집착하지 말도록 가르친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때 각 선수들의 최상의 기량은 발휘된다고 한다. 경쟁심, 과시욕, 승부욕 등 온갖 부질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을 놓고 무심히 게임에 집중할 때 그 능력은 무한히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무한가능성을 드러내는 일은 다른 사람들과 맞서 다투는,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쟁적이고 대립적인 모습을 띄지 않는다. 무한가능성을 실현해 가는 길이야말로 모든 존재들과 더불어 발전해 가는 삶의 과정 속에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각 개인의 자아완성은 모든 존재들과의 조화로운 삶, 공존하는 삶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갖가지 아름다운 자태와 빛깔로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넓은 들판을 가득 메운 꽃들의 어울림과도 같다. 도공(陶工)이 물레에 앉아 그릇을 빚는다. 그 작업은 단순한 손놀림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추구하고자 하는 작가만의 미(美)의 세계와 정신이 꼼꼼히 배이기 마련이다. 그때 그의 영혼은 그대로 거기에 투영(投映)되어 그것과 하나된다. 흙과 물과 바람과 불에 혼(魂)까지 더해서 그만의 세계를 구현해 내는 이 투혼(鬪魂)의 시간은 마치 간절한 기도와도 같다. 진실한 미의 세계를 지향하는 그의 마음은 사사로운 집착을 여의어 아주 청랑(晴朗)하고 비어있어 겸허하다. 이럴 때 단지 하나의 사물에 불과할 뻔한 그릇들은 느낌이 담긴 소중한 작품이 된다. 그릇을 빚는 일뿐만 아니라 모든 자아실현의 과정은 허위나 위선이 끼어 들 틈이 없이 아주 진솔하고 정직하게 진행되는 작업이다. 마치 수도(修道)에 임하는 수도승의 마음가짐이랄까. 우리가 자기 분야에서 일가견(一家見)을 이룬 사람에게서 그의 업적말고도 고매한 인품의 향기까지 실감할 수 있음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여기서 그의 예술 인생은 더욱 심오하고 아름답다.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개인의 성숙은 물론 인류 역사 또한 오늘의 문명(文明)에 이른 것이 아닌가.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