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적게 쓰는 미덕, 나누는 기쁨
<지홍스님·조계사 주지>

2000.12.23 00:00:00

물질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요즈음 물질가치의 사용에 대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사느냐는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모든 물질은 어떤 한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소중히 다루어지고, 또 최소한으로 이용되어야 한다. 그것은 물질과 인간,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서로 의존하며 사는 이상적인 삶의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천연자원에서 자연환경에 이르기까지 이용 가능한 모든 물질은 단지 인간생활의 풍요와 편리를 위한 인간의 소유를 위해 마구잡이로 훼손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자연의 생태질서가 무너져 폭우, 폭설 등의 기상이변, 오존층의 파괴로 지구의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사회에 만연된 물신주의로 인간 삶 전체에 균형과 조화가 깨어지고 있다. 잘못된 물질가치사용에 따른 생활이 초래한 인과응보이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전제되어야함이 인간생활이라고 해도 물질의 진정한 가치는 ‘소유’가 아니라 적절한 ‘사용’에 있다. 비록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도 진정 필요한 곳이 있으면 아낌없이 나눌 수 있을 때 그 물질의 효용은 새롭게 더해진다. 적게 쓰는 검소함과 나누는 보시행이 절실한 때이다. 온 인류가 추구해온 바대로 지금 우리는 물질의 풍요, 문명의 발달, 시공을 초월한 정보의 공유 등 가히 환상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을 주고 사야만 한다. 지금 생존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조차 돈을 주고 얻고 있지 않은가. 세상살이에서 ‘돈’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반면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들은 그 가치를 상실해 가고 있는 듯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이어주었던 인정, 헌신과 애정으로 일구어냈던 진실한 사랑, 어려운 살림에도 언제나 잃지 않았던 나눔의 가치 등…. 우리는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다. 물질에 집착한 사고와 태도들은 그들 스스로를 건전한 삶의 방식으로부터 소외시키고 있는 것이다.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탐욕의 배는 더욱 커져만 가고 없는 사람들은 채울 수 없는 물질에 대한 갈구로 언제나 허기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돈’으로부터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세상에 널린 듯한 물질, 문화, 쾌적한 주거환경 그 어느 것 하나도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근본적인 모순과 상대적 박탈감으로 사람들 사이에 불신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진정한 물질가치가 올바르게 실현되는 세상이 아쉽다. 이제 경제생활에 있어서도 모든 존재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열린 시각과 삶의 방식이 선택되어야 할 때이다. ‘질량불변의 법칙’에서처럼 한 곳의 편중된 풍요는 다른 한 곳의 빈곤을 의미한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이 단지 내 욕심 때문에 쌓이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아마 우리들이 따뜻한 방에서 배불리 먹고 편히 쉴 수 있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과 추위의 몫일지도 모른다. 집안 온도를 1∼2℃ 낮추는 것으로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공감해야 한다. 땀흘려 일해 삶의 기반을 마련하고 적게 쓰는 절제된 생활로 여유를 갖는 일은 올바른 경제생활의 기본이다. 그리고 그 삶의 여유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으로 주변 곳곳을 애정을 갖고 배려 할 때 검소한 삶의 방식은 몸에 배고, 개인 삶 또한 여유로와 진다. ‘적게 쓰는 미덕과 나누는 기쁨’ 안에 진정한 부와 행복은 깃든다. 가난해서 다소 불편하다해도 서로 나눔으로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나눔으로 관계 맺어진 많은 사람들, 그것들이 어려운 세상을 사는 데 참된 힘이 된다. ‘적게 쓰는 미덕과 나누는 기쁨’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 교감하며 조화롭게 사는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다. 그것은 분명 물질에 오염된 우리들 마음과 자연을, 그리고 세상을 본래의 그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곳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대지에는 건강한 먹거리가 자라고 강물에는 사라졌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계절에 따라 철새들이 넘나드는 그 날. 그 날이 오면 이 차가운 겨울 바람도 더 이상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서럽게는 안 할 것이다. 다음호부터는 꽃동네 회장 신순근 신부의 칼럼이 연재됩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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