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후손에게 물려준다”
<신순근 신부·꽃동네 회장>

2001.01.20 00:00:00

우리는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말을 자주 쓰며 산다. 이는 어느 개인 또는 한 가문에서도 그렇겠으나 그 보다는 어느 사회, 국가 단위로 쓰여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후손에게 물려 준다고 할 때 보통 부강한 나라, 건전한 사회 풍토, 환경 친화적인 견지에서 잘 개발되거나 있는 그대로 보존된 아름다운 산하 등을 의미할 것이다. 요즈음 필자는 한가지 사건으로 인해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더 골똘히 생각하는 계기를 맞고 있다. 몇 달 간 어느 일간지에 보도된 바 있는데 필자가 살고 있는 꽃동네 주위에 금(金)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행정 구역상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충청북도 음성군 금왕읍(金旺邑) 용계리, 백야리, 읍성읍 동음리, 맹동면 인곡리, 군자리가 포함되는 곳이다.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금이 매장되어 있는 곳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위에서 말한 지역 한 가운데 꽃동네가 자리잡고 있다. 금이 얼마나 묻혀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성이 있는 것은 분명한 모양이다. 꽃동네를 가운데 두고 동서남북에서 광산회사들이 광권을 확보하고 채광준비를 하고 있는 회사도 있고 이미 몇 달전부터 지하 80m는 유지하며 금맥을 찾아 파고 들어 온 회사도 있다. 이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맹동면 인곡리 주민들과 꽃동네 식구들이 중심이 되어 관계부서에 이의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각 보도기관에 호소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광산회사에 피해사례를 열거하면서 중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는 툭 하면 금광문제가 불거지면서 제일 먼저 떠 오른 것이 바로 이것이다. 남한내에서 두 군데도 아니고 한곳 밖에 없는 금 부존지역을 보존할 생각은 않고 홀딱 파 먹을 생각만 하면 후손들에게 무엇이라고 변명할까 말이다. 주민들은 광산개발로 인한 지하수 고갈, 화공약품 사용으로 빚어지는 지하수 오염과 환경변화 등을 지적하며 개발저지에 나서고 있다. 맹동면 인곡리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 앞에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다. 그 발원지가 개발중인 광산회사 쪽에 있는데 고기가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으나 접어두기로 하자. 남한에서 유일한 금 부존지역! 관계요로의 몇 분과 대화를 나누어 봤다. 두 곳도 아니고 한 곳 밖에 없는 이 곳을 보존해서 물려 줄 생각은 않고 홀라당 파먹고 나면 후손들에게 무슨 면목이 있습니까? 어떤 분은 빙그레 웃기만 한다. 그래도 좀 가깝다고 하는 분은 답하기를 ‘신부님, 그 말씀은 별로 설득력이 없는데요.’ 물론 생각하는 기준이 다 다를수 있지만 광산개발을 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를 다른이들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한다. 하여 의자에 앉아 턱을 고이며 중얼거려 본다. “나는 지금 뜬 구름잡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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