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ber Community
입다문 사회, 썩어가는 치아

2001.01.20 00:00:00

이 글의 저자인 원재훈 시인은 여러 권의 시집과 산문집, 장편소설을 쓴 전업작가로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글은 대한치과의사협회 기획위원회의 요청으로 국립재활원 치과를 방문하고 쓴 글이다.
whonjh@chollian.net 세상에는 글로 쓸 수 없는 것이 있다. 처음 원고 의뢰를 받고 국립 재활원의 치과를 찾았을 때가 생각난다. 주차를 하고 최승현 치과과장을 만날 때까지 나의 몸과 마음은 가벼웠다. 병원의 출입문에서 치과로 가는 그 짧은 거리에 장애인들이 있었다. 그 장애인들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정상적인 것에 대해 어떤 감사의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나는 가끔씩 대학병원의 응급실에 간다. 그 곳에 가면, 그리고 그 환자들의 절박한 모습을 보면, 지루하고 나태해지는 나의 몸과 마음에 긴장감이 들기 때문이다. 병원과 시장은 서로 다른 면으로 나의 생활에 자극제가 된다. 그리고 갑갑한 내 정서의 창문을 열어준다. 처음 국립재활원을 찾았을 때의 마음은 이 정도였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와서 진료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난감한 마음이 들었다. 이걸 어떻게 써야 할까하는. 그것을 글로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15매 정도의 글을 쓸 수 없다니 명색이 작가라는 놈이. 장애인 치과진료에 대해 왜 쓰기가 힘들었을까? 첫 번째는 거기에 온 장애인들과 인터뷰가 불가능했다. 대부분 중증 장애인들이어서 자신의 고통을 나에게 말할 수 없었다. 거기에서 난 멈추어 섰다.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타인의 말을 듣고 그것을 옮기는 데에 익숙한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단지 표정과 느낌으로만 짐작할 수 있는 그런 것을 어떻게 쓴단 말인가?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시로 쓸 글감이 아니었다. 그들의 고통은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생살을 찢어내는 것처럼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와는 또다른 차원이었다. 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안절부절 했다. 착잡한 마음으로 그들을 보고, 마침 장애인들의 보호자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국립재활원을 나오면서 난 이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머리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장애인들과 한 마디도 나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무거웠다. 많은 것을 보았는데 아무 것도 본 것이 없는 것 같은 공허감만이 가슴속에 가득했다. 나는 치과에 자주 가는 편이다. 충치 때문에 어금니들은 거의 다 치료를 받았다. 어금니들은 거의 다 금니이다. 지난 여름 아픈 이 때문에 아무 것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원고를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신경질만 났다. 이의 통증은 다른 통증과는 그 무게가 다르다. 그걸 장애인들은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는 중증 장애인들의 경우, 치과문제는 경원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손톱 밑에 가시가 하나 박혀도 그 고통을 당하는 본인 말고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다. 고통이란 그런 것이다. 남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것이 정작 자신에게는 커다란 아픔이 되는 것이다. 그 아픔은 결코 누가 나누어 줄 수가 없다. 단지 조금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다. 고통은 마치 깊은 우물속에 있는 개구리처럼 잘 잡히지 않는다. 두레박으로 퍼 올 수 없는 개구리 한 마리. 나는 치아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내 몸에서 치아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그 마음을 장애인들에게 옮겨 보았다. 내가 인터뷰한 내용들을 다 지워버렸다. 그 대신 최대한 마음을 열고 그들의 치아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마치 썩은 치아처럼 숨어있다.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입을 열어도 보일까 말까한 것이 어금니다. 그런데 혹시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소곤소곤 비밀스럽게 이야기 한다. 입을 가리고, 너무나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구취가 심하고 모든 치아가 다 망가져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입을 열어 대화하면 구취가 사라질 것이고, 충치는 치료를 받으면 낫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입을 꽉 다물고 있는 것인가. 이것은 거대한 사회적인 문제였다. 봉사하는 치과의사 몇 명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길거리에 장애인이 잘 보이지 않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모두들 집안에 혹은 특수시설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마치 썩은 이와도 같은 신세가 되어 버렸다. 나는 그들과 함께 걷고 싶다. 그들과 함께 차도 마시고 전철도 타고, 함께 일하고 싶은 것이다. 누가 그들을 밀실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인가?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이런 의식을 나에게 일깨워준 치과의사 조영식 선배가 있었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