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 삶>
또 하나의 나
<신순근 신부·꽃동네 회장>

2001.02.17 00:00:00

인간의 게놈지도가 완성되었다는 보도가 온 세계에 울려 퍼졌다. 인류사에서 불의 발견 이후 최대의 발견이라고 한다. 끝없어 보이는 인간의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한 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시각도 만만찮은 것 같다. 그래서 인간에게 미칠 혁명적 영향을 말하면서도 윤리적 측면 등에서 있을 수 있는 일에 불안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인간의 게놈지도 완성에 대한 보도가 있은 후 그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반응이 약간 높게 나타난 것으로 들은 바 있다. 그러나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데 이를 이용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하겠다’는 대답이 70%이상 이었음을 아울러 전하기도 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강하면서도 약하고 최대의 선을 다 할 수도 있고 최대의 악을 저지를 수도 있는가 하면 자유와 예속, 진보와 퇴보, 사랑과 증오의 문이 동시에 열려 있음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 발굴한 힘들이 인간을 괴롭힐 수도 있고 인간에게 봉사할 수도 있으므로 이런 힘들을 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인간 자신의 책임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인간 내면의 가장 은밀한 안방에서 이같은 자각은 일어난다. 사실 현대의 우리가 고민하는 이같은 불균형은 인간 마음속에 뿌리박힌 보다 근본적인 불균형에 연결되어 있다. 우리 인간 내부에서 여러 가지 요소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피조물로써 여러 가지 한계를 체험하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제 욕망에 있어서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실보다 훨씬 다른 삶을 느끼며 산다. 여러가지 유혹 속에서 언제나 취사선택을 강요당한다. 원치 않는 일을 행하고 원하는 일을 행치 않는 수도 자주 있다. 요컨데 인간은 자신 안에서 이미 분열을 겪게되고 여기서 사회의 많은 불화(不和)도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 발굴한 힘들이 인간을 괴롭힐 수도 있고 인간에게 봉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절박하면서도 긴급한 결론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인간에 대한 존경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웃을 예외없이 ‘또 하나의 자신’이라고 생각해야 된다는 말이다. 성경에 보면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용인 즉, 예전에 부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날마다 즐겁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였고 그 집 대문간에는 사람들이 들여다 놓은 라자로라는 거지가 종기투성이의 몸으로 앉아서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수러기를 주린 배를 채우려 했고 거기다 개들까지 몰려와서 그의 종기를 핥았다고 했다. 얼마뒤에 그 거지는 죽어서 천국에 들게 되었고 부자는 죽어서 죽음의 세계에 들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그 부자와 같은 정신이라면 세상은 크게 어긋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이 발굴한 힘이 크면 클수록 우리 자신이 그 누구에게나 이웃이 되어주고 누구를 만나든지 적극적으로 봉사해야 함을 의무로 느끼게 한다. 예컨데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은 노인, 불의하게 천대받는 외국인 노동자, 부모의 잘못으로 억울하게 고생하는 사생아 등 우리 양심을 재촉하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그들을 도와 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또 온갖 종류의 살인, 낙태, 고의적인 자살과 같은 생명 자체를 거역하는 행위나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모든 행위는 인간문명을 손상시키는 행위이고 불의를 당하는 사람보다 불의를 자행하는 사람을 더럽히는 행위인 것이다. ‘인간에 대한 존경’, 이른바 ‘또 하나의 자신’으로 생각하고 삶 안에서 진정한 평화가 있을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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