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貪·瞋·痴와 사순절
<신순근 신부·꽃동네 회장>

2001.03.10 00:00:00

지난해 늦여름쯤 후배 신부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로 받았다. 多夕 柳永模 명상록. 전에 그 후배 신부와 대화를 나누면서 모든 종교의 가르침을 꿰뚫고 있는 多夕 柳永模 선생의 우뚝한 위치를 들은 바 있다. 지금 필자는 들은 바 있다고 표현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전에는 다석 선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공교롭게 그 신부와 대화를 나눈때가 필자는 성경만을 읽고 있던 때였다. 신부가 성경 읽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신학도이면서도 오랫동안 다른 분야에 눈을 돌려 외도(?)를 해 온 까닭에 성경에만 몰두하며 살겠노라고 자세를 고쳐잡은지 오래되지 않은 때였다. 그래서 그런지 선물로 보낼터이니 읽어보라는 그의 말에 관심이 가면서도 약간 부담스럽게 그러자고 하였다. 책은 젊은 후배답게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서점에서 직접 필자에게 보내왔다. 꽃동네 식구들에게도 영적인 양식이 되기를 바란다는 카드와 함께. 얼마를 흘렀다. 책을 보내준 신부가 “신부님, 읽어 보셨나요?", “아니". 곱지않은 눈으로 흘긴다. 다석 선생이 지은 한시(漢詩) 1천3백수 중에서 무게있는 99수를 골라서 한시 한수에 5∼6쪽 분량으로 풀이해 놓은 책이었다. 머릿말부터 사람은 사물을 바로 볼 줄 알아야 사람다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사물을 바로 보지 않으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고 그 결과 사람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문명으로 인해 인류공멸의 위기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물을 바로 볼 줄 아는 길은 탐(貪)·진(瞋)·치(痴)의 수성(獸性)을 절제, 극복하는데 있다. 맹자(孟子)도 “사람은 짐승들과 다른 점이 아주 적다"고 하였다. 탐(貪)·진(瞋)·치(痴)를 삼독(三毒)이라 하는데 불교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사람이 지닌 세가지 독한 짐승의 성질을 말한다. 첫째가 탐(貪, feeding)인데 먹는데서 시작해서 강도짓을 하는데까지 이른다. 둘째는 진(瞋, fighting)인데 미움에서부터 살인하는데까지를 말한다. 셋째는 치(痴, sex)인데 음담패설에서 강간까지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아무리 짐승들을 얕본다하여도 삼독을 지닌 점에서 다른 것이 없다. 다석 선생은 “우리의 몸은 삼독에서 나온 짐승이기 때문에 탐·진·치에 빠져있다. 탐·진·치를 절제할 수 있어야 사람노릇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바로 서는 존재는 사람뿐임을 지적하면서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달리 곧이 곧장 일어설 수 있는 것은 하늘에서 온 탓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은 하느님께로부터 왔기 때문에 언제나 하늘로 머리를 두고 하늘을 사모하며 곧이 곧장 일어서서 하늘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지난 2월 28일부터 사순절(四旬節)에 접어들었다. 성경에 보면 예수가 광야에서 40일간 금식기도를 수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악마로부터 세차례 유혹을 당하고 극복한다. 빵과 힘과 쾌락에 대한 유혹이었다. 이 유혹을 시작했다는데서 연유한다. 다석 선생의 말로 하면 바른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그리스도교인들은 특히 사순절에 극기(克己), 희사(喜捨), 기도(祈禱)를 적극 권장하면서 세가지 유혹을 극복하며 마음을 하늘로 향하게 하려 노력한다. 탐(貪)·진(瞋)·치(痴)를 극복하는 시기이다. 그러므로 바른 말을 하려면 먼저 수성(獸性)을 지닌 제 나(自我)를 이겨야 한다. 나를 이기는 것이 승리요, 생명이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