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진료중 화낸 치과의사
<신순근 신부·꽃동네 회장>

2001.03.31 00:00:00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이다. 군에 다녀온 분들은 기억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말일게다. 군 수송부는 말 할 것도 없고 차량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붙어 있는 구호였다. 자동차 하나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던 시절에 모든 것이 부족하고 아쉽던 때 항상 기동력을 갖추고 있기 위해선 이보다 더 절박한 말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 기본 자세는 세월이 흘렀다 해서 바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운 좋게도 외국으로 성지 순례를 떠나게 되었다. 짐을 챙기는 데, 준비물 중에 손전등을 꼭 준비하라는 안내서 내용이 생각나서 손전등을 찾아보았다. 신부들은 정한 임기가 끝나면 수시로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기에 책 외에는 짐이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도 손전등은 작고 아담해서 가지고 온 것 같은데 어디 두었는지 눈에 띄질 않는다. 하는 수 없이 거금을 들여 하나 구입을 했다. 그러고 하루가 지나서 구석에 깊이 숨어 있는 손전등을 발견했다. 돈을 낭비한 셈이다. 앞부분을 돌려서 불을 켜게 되어 있는 것인데 켜질 리가 없다. 사용해 본 적이 언제인지도 모를 만큼 잊혀져 있었으니까. 뒷 부분을 돌려 열고 배터리를 갈아 끼워야 하겠는데 도무지 열리질 않는다. 녹이 슬었는지 배터리가 녹아 붙었는지 움직이질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손재주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어 공구를 사용해 열어 보니 속은 엉망이었다. 며칠전 가까운 지인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중에 남북의 화해에 대한 말이 오갔다 국민이라면 하나같이 소원이겠지만 필자 역시 그래서인지 순례 중 남북의 화해를 위해 더 기도하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요즈음 한반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세가 더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분의 말이 지금 우리 남한이라는 사회가 북과 화해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한지를 반문하는 것이었다. 중증 환자와 같은 상태라고 진단한다. 그것은 어느 특정한 분야에서만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필자가 속해 있는 종교까지도 중병을 앓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두고 어둡게만 보며 하는 말은 아니었다. 어느 스님이 말 한 걸로 기억이 되는데, 현재의 자를 가지고 우리 미래를 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언젠가 김수환 추기경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향하여 일성을 남긴 일이 있다.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라고만 하면 된다고. 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겠는데 필자가 잘 알고 있는 치과 의사 한 분이 진료 중에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이유인 즉 이를 앓고 있는 아이를 그 어머니가 데리고 온 일이 있었는데 주사를 놓으려 할 때였단다. 대부분 아이들은 잘 참아 내지만 유난히 주사에 약한 반응을 보이며 우는 아이들이 있다. 주사를 맞지 않으려고 울어대는 아이에게 그 어머니가 달래며 어르는 말 “얘 안 아파 하나도 안 아파" 이 말을 들은 그 의사가 아기 어머니에게 화를 냈다. “아픈걸 안 아프다고 하면 되는가? 아프지만 넌 잘 이겨낼 수 있어 그래야 이가 안 아프다"고 말해야지. 따뜻한 봄 날씨가 계속 되자 심신장애인들이 집안에 움츠려 있다가 휠체어를 몰고 마당을 누빈다. 그래 새바람 새 소망을 흠뻑 들여 마셔 보자.
신순근 신부님이 외국에 나가는 관계로 이번호를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다음호부터는 기쁨의 교회 이정우 목사님 글이 연재됩니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