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
다시 봄이다. 늦추위가 어떻고 이상기온으로 때아닌 폭설이 왔다고 해도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 온다. 쌓여있는 낙엽 밑에서 새싹이 움트는 것 같아 산보길에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특별히 우리에게 금년 봄은 모든 것이 새로워지려고 용트림하는 시기라서 모두가 더욱 설레임과 조심스러움으로 새봄을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자연은 항상 겨울 다음에는 봄을, 그리고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며 계절을 순환시키고 있다. 다만 인간이 일생을 사는 동안 극히 제한적으로 느낄 뿐이다. 그리고 개인의 주관적 입장에서 즉 나이에 따라, 환경에 따라, 정서 등등에 따라 계절을 받아드리는 것이 다르다.
그러나 봄이 오면 낙엽 밑에서 새싹이 삐져나오고 묵은 가지에서 새싹이 돋듯이 부모 밑에서 자식이 자라고 선배 다음에 후배가 생기고 보수가 있기에 개혁이 있는 것은 동서고금의 공통점이다.
눈만 뜨면 새로운 정보가 터져나오는 요즘 세상은 정말 십년 앞을 가늠해 볼 수 없으며 사실 우리도 십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희한한 세상에 지금 살고 있다. 그러나 가금씩 나를 포함해 나이가 든 사람들은 불편했던 옛날을 그리워하고 인생의 가을을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이제 봄을 맞은 젊은이들이 안쓰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흙을 사랑하고 노동을 중시여기고 자연에 순응하며 문명을 등지고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서양에서는 동양에 대한 탐구가 활발하여 실험을 통하여 원인이 규명되고 결과를 증명하는 과학보다 보이지 않는 인체의 신비에 매달리는 대체의학이 활발한 것 같다.
그러나 자연친화적인 방식이라고 해도 모두가 생태마을로 이주할 수도 없고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는 공동체 생활이나 대안학교만을 고집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을 일종의 도피성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첨단의 과학문명이 부담일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밖에서는 전쟁이, 안에서는 새로운 질서확립으로 갈등의 골이 깊다. 세대간의, 계층 간의, 진보와 보수간의, 개발과 보전 등등 모든 곳이 주도권 다툼으로 들끓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부모가 있어 갓난이로 태어났고 그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다시 자식을 낳아 세대를 이어주고 늙어 죽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다만 60년으로 보던 인생의 정년을 70년 80년으로 연장하게 되어 삶의 질을 따지는 것이 보다 중요하게 된 것이 변화이다. 그러나 우주의 질서는 그대로 일년은 365일, 네 계절임에 변화가 없다.
다시 봄이다. 겨울 내 푸른 잎을 매달고 있던 사철나무도 나무껍질 속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인다. 생기가 없어지고 빛깔은 바랬어도 그 후질근한 잎이 있기에 새로 나온 잎은 더 푸르게 보일 것이 틀림없다. 낙엽이 있기에 새싹이 신비스럽듯이.
이렇게 자연은 일년에 한번씩 서로를 감싸고 역할을 다하며 생사를 조화롭게 잘 어우른다. 이번 봄은 우리를 각자의 인생에서 어디쯤인지 모르겠으나 나름대로의 보람과 가치를 찾을 수 있는 행복한 계절이 됐으면 좋겠다. ㅁ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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