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숙 본지 집필위원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이대로!”란 말이 익숙해졌다. 아마 건배를 할 때 쓰게 됐기 때문일 거다. 사실 우리 문화에서 마땅한 말이 없어서 사회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 말로 건배를 해왔다.
우리는 건국을 기원하고, 나라의 발전을 축원하며, 통일을 염원하고, 세계평화를 희망하고 등등 거창한 구호를 외치며 건배를 해오다 사회가 조금 안정이 된 듯 하니까 각자의 은밀한 생각을 말속에 감추면서 ‘위하여’를 한동안 외쳐됐다.
그러다가 요즘 우리 연배들은 나이를 먹어 육십을 넘어서니까 앞날에 대한 기대보다는 건강이나 모든 주변사가 더 나빠지지 않고 오늘 같이만 유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대로”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터는 이 말을 너무 남용해서 외쳐대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나이 든 사람들의 지나친 이기적인 생각이지 우리 사회가 이대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로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미풍양속이라든가 전통과 고유문화, 천에의 자연환경은 이대로 간직하고 유지발전 시켜야겠지만 후손을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도래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눈만 뜨면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뉴스는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이 훨씬 많으니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 특히 젊은이들이 안쓰럽다. 그래서 우리 기성세대들은 옛 것을 그리워하고 이대로라도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노파심이 생기다.
분단이 마음속 뿐 아니라 몸 속에까지 융화된 상태로 살다보니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흑백논리에 젖어 가치관이 경직된 면이 많다. 그래서 동서, 남북, 노소, 신구, 보수, 진보 등 갈등이 심하다.
아주 작은 집단이나 조직, 심지어는 한 가정 안에서도 가치관이 삐거덕거리고 불협화음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런 가운데 발전이 잇는 것이겠지만 요즘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현상은 아슬아슬 위태롭게 느껴진다.
이대로 좋은가? 아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우리 각자 자기가 서있는 자리에서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만 손해를 감수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매사에 애정을 가지고 진실 되게 행동하면 분명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스승은 학생을 학생은 스승을, 환자는 의사를 의사는 환자를... 이렇게 사회전반에 걸쳐 잠깐 숨을 고르고 서로가 역할을 뒤바꿔 생각해보고 나아가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까지 고려한다면 분명 좋은 세상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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