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치과계의 전문지가 많아져서 우편함 가득히 채워져 올라오다보면 여러 치과선생님들의 글을 접하게 된다. 전문지 숫자가 많아지다 보니 기고하는 분들도 많고, 고정 칼럼을 쓰시는 분들도 꽤 되는 듯 싶다.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글이 읽혀진다면 그 이유는 딱 두가지다. 하나는 아는 얼굴이 써 놓은 글을 읽게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연히 읽은 글이 읽을 만하여 다음에도 눈이 가게 되는 것이다.
글이란, 일기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에게 읽혀지고 느끼게 해야 비로소 그 생명력을 가지며 그 하나하나의 세포가 꿈틀거리게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느낀다"는 단어는 물론 공감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감정을, 반응을 불러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글에는 글쓴이의 생각과 의견과 색깔이 베어있어 글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이미지를 갖는다는 점에서 ‘말"과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은 생성되는 순간 우주공간으로 사라지는데 비해 글은 줄곧 남아 자신을 소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에 쓰는 재료들은 어디서 구해지는가. 어떤 이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순간순간 메모를 해 두고 잊고 지내라고 한다. 세월이 흘러도 글을 쓸 기회가 오면 오래된 쪽지들이 햇살을 받고 세상에 나오게 된다. 어떤 이는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인용구를 저장해 두기도 한다.
어쩌다 글을 쓰는 처지가 되고나니 치과계 신문기사를 유심히 보게 되고, 원고마감에 쫓기는 작가의 심정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개원의로서 살지만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느낌이다. 예전과는 달리 필자처럼 젊은층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고 언로를 열어, 치과계 신문지상에서라도 노,장의 조화가 이뤄진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점은, 학술정보 한 줄이 의사와 환자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고, 참신한 경구 한 줄이 생활에 큰 변혁을 주기도 하며, 아이디어와 여론의 한 줄이 협회의 정책결정에 큰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글이 반짝거려도 독자들에게 읽혀지지 않고 묻혀 버린다면 소용이 없는 법.
때문에 자극적인 문구로 눈을 유혹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글쓰는 사람들의 고뇌다.
소비자보호원(하)<제1238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