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주말 심야토론이 TV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심야 TV를 즐기는 나로서는 토론시청을 접할 기회를 심심치 않게 갖게 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수선한 분위기와 본질을 벗어난 듯한 출연자들의 태도가 시청에 관심을 기울이기 힘든 분위기를 보여 주었던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대통령 선거를 즈음해 활성화 됐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때는 보기 민망한 장면들이 자주 등장했다. 고압적인 자세, 갖가지 표정의 얼굴, 상대의 의견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격앙된 표정, 마치 격투기를 관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자아내는 분위기 등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함을 갖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자신의 의견만이 옳고 남의 의견은 경청할 필요도 없는 듯이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듯 몰아세우는 광경은 내용에 관계없이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저렇게 토론문화가 미숙할까? 외국의 경우, 내용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뭔가 진지한 의견들이 오고 가는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토론 프로그램들은 무조건 접하지 않았는데 토론이라면 너무나 열심인 식구덕에 듣기 싫어도 오며 가며 시청할 기회가 잦아졌고 요즈음은 관심있는 주제에 동참을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동안 토론방법이 너무나도 놀랍게 변했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찬성과 반대를 겸허하게 수용해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아냥거리는 토론자는 이제는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방영된 4시간동안 계속된 토론프로는 안정되고 성숙된 모습으로 결론에 도달해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견해와 판단을 정리하고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우리도 이제는 성숙된 토론문화가 정착돼가는 느낌에 저절로 미소가 번져왔다.
이제까지 힘들게 과거를 걸어온 마당에 계속되는 경제불황, 불안한 정치상황으로 야기된 암울한 사회현실로 인해 대다수의 많은 국민들이 더욱 지치고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도 그때 그 시절이 좋았다고 말하는 역대정권들이 모두 다 잘했던 것은 아니다.
현재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상대적인 우위에 놓여져 미화됐던 것일 수도 있고 혹은 그 당시 위정자들이 잘못한 작은 불씨가 현재 우리를 힘들게 태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해외이민으로 눈을 돌리고 월드컵을 계기로 하나 되게 했던 우리라는 의식도 이미 사라졌으며 신용불량자는 넘쳐나고 가족동반 자살이라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극단적인 삶의 형태들. 아무튼 우리 주위에는 하루하루 살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반만년을 이어온 역사가 있고 위기에 뭉치는 저력이 있는 국민이 아닌가?
이제까지 고개를 돌리게 했던 미숙한 토론 프로그램들이 지금 나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해주는 것처럼 불안한 정치현실도 하루빨리 안정되고 IMF를 극복했던 저력으로 경제도 재도약하리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나는 늦은 시간 아이들을 재우고 심야토론 방송에 흠뻑 빠져 밤 깊은 줄 모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