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이재일(본지집필위원)/전문직업인의 윤리의식

  • 등록 2004.04.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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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업인의 윤리의식


최근 치과의사의 진료거부행위가 방송에서 보도된 적이 있다.  물론 방송내용처럼 거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들은 치과의사라는 직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일반적인 상행위에서 서비스나 판매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일 수 있는데 치과의사나 의사가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단순히 의료법위반이라는 점을 떠나서 많은 사람의 비난의 표적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소중한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단순화 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어딘가 다른 점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복지부에서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우리가 의료인이라는 이름의 전문직업인(professional)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문직업인은 그 사회집단에서는 가장 성숙한 집단으로 사안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줄 수 있는 어른이어야 한다.  물론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주변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소명의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당연한 이야기인 듯 하면서도 다시 강조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직업인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지식이나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거나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회의 지도적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단순논리로 정의될 수는 없다. 사회의 지도적 위치라고 하는 것은 특정 집단이 스스로 그렇다고 선언하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사회의 구성원들이 그 역할을 인정해 줄 때 가능하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집단이 흔히 사회적인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것은 그들이 특별이 부도덕한 집단이라서 가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그들의 도덕성이 다른 사회집단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 같은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한 철저한 자기절제와 함께 사회를 위한 기여가 있어야만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전문직업인이 될 수 있다.


전문직업인은 봉사만 요구 받고 사회에 대한 희생만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전제로서 자신이 사회에서 맡은 역할과 주어진 책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분명한 직업윤리를 가지고 있고 또 항상 새롭게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직무에 대해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자정노력을 통해 다른 사회구성원의 간섭을 받지 않고도 우리 스스로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 보다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제 우리 치의학교육에서의 윤리의식의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들이 덜 윤리적이라서 가 아니라 치과대학에서의 윤리교육은 단순히 개인의 윤리의식을 강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문가집단이 가져야 할 윤리적 기준과 구체적인 행동원칙을 이해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윤리교육은 치과대학의 기본교육과정의 맨 처음에 시작돼야 한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개인의 윤리적 행위를 뛰어 넘어 전문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윤리의식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직무에 당당하고 충실할 수 있고, 자신의 책임과 권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전문직업인으로서, 필요한 윤리적 가치 판단과 자기 성찰의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과의사로 길러져야 할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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