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달 24일 1997년 만취상태에서 머리를 다쳐 모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희박한 환자를 보호자 요구에 따라 퇴원시켜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살인방조 혐의로 기소된 의사 2인에 대하여 각각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퇴원시키면 보호자가 보호 의무를 저버려 피해자를 사망케 할 수 있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집으로 후송하고 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하는 등 살인행위를 도운 점이 인정된다면서 살인방조죄를 적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의사가 치료로 회복될 가망이 없는 환자를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 조치한 위 사안이 법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논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안이 격렬한 고통에 허덕이는 빈사상태에 환자이고 그 고통을 제거하기 위하여 치료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면 소극적 안락사의 문제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판부 역시 이 사안을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설사 소극적 안락사의 문제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소극적 안락사의 인정여부는 헌법과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위법성 조각이 논의되는 바, 그 해석의 폭이 넓을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이런 현실적 한계는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병역법위반 사안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기준에 입각한 헌법 및 법률해석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쉽게 알 수 있다.
위 사안을 존엄사의 문제로 파악하는 소수 견해도 존재한다. 즉, 소극적 안락사와 구별하여 육체적 고통이 수반하지 않고,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의 여지가 없으며, 사기가 임박해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여 인간답게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을 존엄사로 개념 짓자는 견해가 있다. 존엄사에 대해서 그 형법적 취급은 정당한 업무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견해와 뇌사에 이른 경우에 시행하는 존엄사의 경우만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화된다는 견해가 있다.
통상 안락사는 격렬한 고통에 허덕이는 불치 또는 빈사의 환자에게 그 고통을 제거 또는 감경하기 위하여 그를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 법학계에서는 이에 대하여 생명단축을 수반하는 않는 진정안락사와 생명단축을 수반하는 안락사를 구별하고 있다. 후자는 다시 간접적 안락사, 소극적 안락사, 적극적 안락사로 구별하고 있다. 진정안락사의 경우는 생명단축과는 무관한 치료행위로 인한 사망을 의미하므로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생명단축을 수반하는 안락사는 환자가 불치의 질병으로 사기가 임박했고, 환자의 고통이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고, 환자의 고통을 제거 또는 완화하기 위한 것이고, 환자의 진지한 촉탁 또는 승낙이 있고, 원칙적으로 의사에 의하여 시행되고, 그 방법이 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생명단축을 수반하는 안락사 중, 적극적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직접적 안락사는 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라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여하간 안락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바, 아직은 학문적 논의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사 법적으로 논의가 된다하더라도 특별한 제도가 없는 한 위의 요건을 의사가 입증하는 것도 용이한 일이 아닐 수 있을 것이다.
위 판결 이후 의사협회는 “의식불명 환자 보호자의 입장을 존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살인방조죄로 보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며 “보호자 및 법적대리인 등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의학적 충고에 반하는 퇴원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는바, 위와 같은 사안에 대처하는 법원의 엄격한 법적용과 관련 법 및 제도의 미비 하에서 지불능력이 없는 환자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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