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조세열 본지 집필위원]헌재 판결 유감

  • 등록 2004.1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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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의 개인에게는 60억 개의 의견이 있다. 사람이 갖는 생각의 다양함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말이다 싶다.
행정수도이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나라전체가 들썩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현상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다는 명분하에 16대 국회에서 심의를 거쳐 적법하게 통과되었고 일련의 행정적 절차를 따라 후보지까지 결정된 상황에까지 와있으니 말이다.


물론 서울과 수도권 지자체들의 행정수도 이전 반대의사는 개인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대승적 차원 즉 국가경쟁력 제고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미래 지향적 가치기준으로 보면 크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법을 전공한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 평범한 국민들의 법의식이라고 해봐야 접촉사고 덕분에 배운 도로교통법 중 일부 내용과 부동산 임대차 계약 정도의 그야말로 법 모르고, 법 없이도 지낼 그런 수준 일 테다. 때문에 관습법이나 성문법에 관한 원론적 이해 외에는 잘 알 수가 없는 노릇이지만 이번 헌재의 판결은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짜맞추기식 논리 개발을 한 것 아니냐 라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경국대전까지 언급해야 하는 논리의 궁색함이 엿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까운 현대사에서 만도 전시 이긴했어도 6.25 한국 전쟁시는 국민 투표 없이, 위헌시비 없이 부산이 임시수도로서의 기능을 담당했던 특수한 상황이 있었으며, 2004년 현재의 서울의 상황은 정치·경제 등 총체적 문제를 지닌 비능률적, 기형적 도시형태이며 따라서 응급수술을 앞둔 응급환자와 같은, 더 이상 행정수도 이전을 미룰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하면 나만의 억지일까!


어쨌거나 헌재의 판결은 그 정당성 여부를 떠나 현실적인 최후의 법률적 판단이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무한 경쟁의 총성 없는 국가 경쟁의 시대를 살면서 치뤄야 할 사회적 수고가 너무 안타깝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생각에는 도덕성이 필요 없다. 누구든지 무슨 생각을 하든 자유롭다는 얘기겠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게 우리들의 세상이라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생각도 존중할 줄 알아야 내 생각도 존중 받을 수 있다는 상식선에서 논쟁의 끝을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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