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홍석/아름다운 중용

  • 등록 2004.1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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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밤늦게 택시를 탔다. 차창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독백하듯이 요즘 우리사회를 한탄하기 시작했다. 택시에 손님이 없다느니 IMF때보다 더 하다느니하는 볼멘소리부터 꺼내더니, 타자마자 불평을 늘어놓는 손님들과 하루종일 맞장구를 치다보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면서 껄껄 웃었다.


끝을 모른 채 추락을 거듭하며 진전을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 채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까지 우리사회에 불어닥친 일련의 시련들은 경제불황을 타고 공동체 내부에 깊은 골을 만들고 말았다. 대통령 탄핵사태부터 시작된 사회적 반목과 분열은 고교 등급제 문제에서도 계속됐고, 최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이어져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온 나라가 이념과 빈부, 지역, 노사, 세대 등등으로 갈라질 대로 갈라져 상생의 길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이러한 갈등과 분열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


해답의 출발점은 경제가 쥐고 있다는 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어디까지나 토대일 뿐이고, 이러한 화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성숙한 대화이다. 우리사회는 지금 덮어 놓고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만 너무나 열중하고 있다. 그저 나의 이념과 이익만을 대변하는 편에 서서 무조건적인 동조를 하기도 하고, 막연한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나와는 다른 사람들은 보수니 진보니 하며 싸잡아 매도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과는 다른 성향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유없는 반감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다양한 의견을 내지 못한 채 마치 모두들 흑백논리에 빠진 듯이 이곳 저곳에서 오로지 시위와 함성만이 가득하다.


사회적 통합은 구성원들 사이의 끊임없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나의 목소리를 내기 전에 상대방의 말을 우선 귀담아 들어야 하고, 나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고 상대방을 이해시켜서 나의 편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나와는 다른 누군가를 배제하고 질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수긍하는 것이 대화의 목적이 돼야 한다. 정부 역시도 정책의 운용에 있어서 면밀한 검토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투명한 여론 수렴과 민주적 절차를 통한 국정운영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비난과 야유만이 난무하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상처를 내고 갈등의 골을 만든 것도 우리지만, 그 치유와 봉합에 힘써야 할 사람들도 우리자신이다. 양 끝에 서서 서로 원망의 눈초리만을 겨누지 말고 이제 ‘아름다운 중용’을 찾아 나서는 것은 어떠한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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