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욱 변호사 법률 이야기 25]기업도시법 유감

  • 등록 2004.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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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도시법으로 불리우는 민간투자활성화를 위한 복합도시특별법 제정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종래 정부입법으로 추진되다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거세지면서 의원입법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정부여당은 그간 당정협의를 거친 후, 지난 3일 국회 지역혁신·기업도시정책포럼(회장 강봉균)에서 이강래 의원을 통해 법률안을 발표했다. 많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법률안이 매우 늦게 공개됐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일방적으로 연내에 법률을 제정하고 내년 3월경까지는 하위법령을 정비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이강래 의원이 발표한 법률안에 의하면, 사실상 영리법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후술하는 바와 같이 이 법률안은 비영리법인의 법리를 정면으로 부정해 그 자체로 모순이고, 비영리법인과 영리법인의 구별을 부인해 법인에 관한 대원칙과 법적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기타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으로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설립등기함으로써 법인이 될 수 있는데, 민법은 이러한 사단 또는 재단을 비영리법인이라고 한다. 비영리법인의 목적상 비영리성은 영리법인과는 구분되는 핵심개념으로, 설사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그 수익은 언제나 사업목적의 수행에 충당돼야 하며,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그 수익이 분배돼서는 안 된다. 이러한 비영리법인의 특질이 영리법인과는 구별되게 하는 것이다. 의료법에 의한 의료법인은 민법상 비영리 재단법인(의료법 제41조, 제44조)으로서 비영리 재단법인의 법리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활성화를 위한 복합도시특별법안 제38조에 의하면, 시행자가 복합도시의 의료기반시설 확보를 위해 의료기관을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에 의료기관의 설치계획을 포함해 작성해야 하고, 시행자가 설치·운영하는 노인전문병원, 암전문병원, 희귀병전문병원,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문병원은 의료기관의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의 감사증명서를 첨부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고한 후 당해 의료법인 외의 회계로 전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은 의료업으로 인한 수익을 언제나 사업목적의 수행에 충당돼야 하며, 어떠한 형식으로든 그 수익을 배분해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기업도시내 시행자가 설치·운영하는 노인전문병원, 암전문병원, 희귀병전문병원,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문병원(물론 대통령의 개정으로 이러한 특수병원의 범위는 무한정 늘어날 수 있다)은 의료업으로 인한 수익을 사업시행자에게 배분해 다른 사업의 투자에 활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형식은 비영리법인이되 실질은 영리법인에 다름 아닌 특수한 법기술을 가진 법률안이 고안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전후모순이며 법적 체계정당성을 완전히 훼손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이 법률안은 법인에 관한 개념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반드시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의지정 및 운영에관한법률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입법기술을 동원하면서까지 시행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는 이 법률안은 당초 민간사업자에게 토지수용권 등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 많은 논란을 야기시킨 바 있다. 이 법률안대로 입법이 될 경우 사실상 영리병원이 허용되는 것과 다르지 않아 의료체계에 큰 변화가 초래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여당은 의료체계를 뒤흔들 이 법률안을 연내에 국회에서 통과시킨다고 한다. 이 법률안에 대해 토론할 시간이 많지 않은 바, 의료계의 신속한 대응이 절실하다.
<양승욱 법률사무소 02-522-8896>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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