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가는 곳 마다 내수 경기가 너무도 없다 보니 돈이 돌지를 않아 모두들 힘들어 못 살겠다고들 하고 실제로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자녀들의 무분별한 카드사용으로 도저히 갚을 수 없을 만큼 빚이 쌓여 한 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경우도 있고, 사기를 당하거나 보증을 잘못 서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다른 가족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자살하는 경우도 있으며, 또 남한테 억울한 일을 당해서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도 있고 아무런 이유없이 생을 접는 경우도 있다.
옛말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인륜을 져버린 폐륜아로 장례는 커녕 쉬쉬하며 남몰래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어떠한가? 자살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시험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아니면 부모에게 꾸중을 들었다는 이유로 청소년까지 자살을 하며 인터넷에 자살사이트가 있을 만큼 자살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자살율이 증가한다고는 하지만 한국은 그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연령층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떠한가? 간혹 어른이나 선생님이 야단쳐도 내 자식 기죽인다고 얼굴 붉혀가며 더 야단인 부모밑에서 보호 아닌 보호를 받고 아이들 공부를 위해 가족관계는 뒷전으로 하고 기러기아빠도 불사하는 그런 능력있는 부모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어려서인지 그런 일은 남의 일 같고 후일에는 어떻게 변할지는 몰라도 지금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이들은 예전보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어려운 시험문제도 척척 풀 수 있는 실력을 갖게 됐는데 왜 그렇게 나약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지 알 수 없다.
나 어릴 적 초등학교 방과 후에는 아이들이 모두 모여서 치기장난, 숨박꼭질, 술래잡기를 하며 동네어귀에서 놀았었다. 그때는 부모님들이 사는 게 힘이 드셔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관심도 없으셨고 절절하지도 못하셨다. 대개는 형제들도 많았고 지금처럼 먹을 것도 많지 않아서 그저 먹고 사는 것에 전력을 쏟으셨던 것 같다. 자나깨나 등록금걱정 겨우살이 걱정으로 부모님들 입성은 형편이 없었고 간식이 귀했던 시절이라 적은 먹거리에도 형제끼리 싸우기 일수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말씀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를 지키며 철없이 살았지 세상을 비관하거나 불행해 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집집이 자가용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수도꼭지만 들면 더운물이 콸콸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요즈음 아이들처럼 깨끗하지 못했지만 겨울 내내 감기약 먹지도 않았고 왕따로 친구를 어렵게 하는 일도 없었다. 그때는 배가 나온 배사장은 부의 상징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지천에 깔린 먹거리 때문에 비만을 걱정 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모두 힘겨워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고 있지만 그때만큼 모든 것이 귀하지 않아서 인지 몰라도 그 시절만큼 감사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자기의 불행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나 어렸을 때는 세 자녀 낳으면 야만인이라고 했으나 지금은 부의 상징이라고 하고 아이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서 나라에서 아이출산을 장려하기까지 하고 있다. 나도 두 자녀를 두었으니 국가시책에 한몫을 한 셈이기는 하지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자니 너무 벅차고 가만히 있자니 나만 뒤떨어지는 것만 같고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예전에 비해 많이 살기는 좋아졌지만 그때보다 나아졌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나는 혼란하고 살기 힘이 들며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 이 시대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아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