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경 계

2004.12.23 00:00:00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는 많은 사건 사고에 부딪히게 된다.
나를 중심으로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도 있고,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사고를 이름해 경계라 한다.


그 모든 경계가 어디서 일어났든간에 결국에는 그 경계란 바로 자기의 둘아닌 모습인 것이다.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오는 것처럼 보이는 경계들도 우선은 내가 거기에 있음으로서 겪게 되는데, 내가 겪게 되는 경계란 결국 내가 수억겁 전으로부터 지어온 것의 결과로 자기 컴퓨터에 입력된 것이 솔솔 풀어져 나오는 나의 다른 모습이라 하겠다.
말하자면 어제의 업이 오늘의 경계가 되고 오늘의 경계가 업이돼 내일의 경계로 다가 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경계속에서 그것을 싫어하거나 좋아하고,미워하거나 사랑한다면 그 경계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무게를 보태어 미래라는 창고에 저장됐다가 나를 향해 안팎으로 다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니 내앞에 닥친 어떤일이든 그건 나의 또다른 모습이니 속지말고 둘로 보지만 않는다면 과거의 내가 입력한 업을 대적할 수 있으리라.
어린이 법회에 다니는 한 학생의 체험담이다.
다음날 있을 수학시간에 대비해서 열심히 예습을 하고 갔단다.
선생님이 “이 문제 풀어 볼 사람?” 하고 물으셨다.


어제 예습을 거듭거듭 한지라 이 학생은 “저요, 저요”하며 자신있게 손을 들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야속하게도 자신의 옆에 앉은 친구를 지적하셨단다.
순간 이 학생의 마음에서 “기분 나쁨”이라는 경계가 일어났다.
기분나쁨은 금새 선생님을 원망하는 마음과 옆의친구까지 미워함 이라는 마음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 학생은 그 순간 이것이 큰 경계구나 하는 것을 자각했다.
자각이 되니 그부터 마음챙김이 되고 더 이상 경계에 끌려가지 않게 됐다.
잘못하면 멀쩡한 선생님과 친구를 원망할 수 있는 상황을, 잘 돌리는 자신이 자기가 보더라도 너무 대견하더란다.
순간의 마음경계에 속지 않으니, 그 상황은 자기 컴퓨터에 공한 상태로 보존돼 업(業)으로 저장되질 않는다.


어려운 경계를 잘 돌려 나가면 내면에 힘이 생긴다.
내면에 힘이 생기니 바깥 경계에 덜 끄달리게 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항상 강한 놈이 약한 놈을 먹고 산다.
동물에서부터 고등동물인 인간으로 진화된 우리는 몸뚱이로는 다 진화 됐지만 아직 그 의식은 진화되지 못했다.
그리해 인간은 강한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항상 약한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약한사람의 의식을 지배한다.
옛날에는 호랑이나 귀신이 가끔나와서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곤했다.
사람이 진화된 것만큼 경계도 거듭거듭 진화돼 사람은 이름이나 모양에 끄달리고 때로는 죽기까지도 한다.


시험이, 진급이, 병, 죽음이 진화된 귀신이며 호랑이 아닌가?
옛말에 “하늘이 무너져도,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라는 말이 있다.
정신만 차리라는 말은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마음챙김을 잊지 말라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이다.
호수의 물이 맑으면 밖의 나무형상이 그대로 비추인다.
출렁거리는 호수에서는 밖의 나무형상이 기괴하게 비춰진다.
내 마음이 내앞의 어떤 경계에도 속지 않을 때 내 마음은 맑은 호수처럼 밖의 경치를 있는 그대로 비추일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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