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듯 다사다난했던, 사실 행복한 쪽 보다는 그렇지 못했던 일이 많았던 2004년이 가고 2005년이 밝았다. 해가 바뀐다는 것이 달력이 바뀌어 걸린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새해 아침에도 어제와 똑같은 해가 떠오르고 바쁜 하루의 일상은 어김없이 시작되었다. 자연의 시간이나 우리가 호흡하는 대기의 흐름은 달라지지 않을지 몰라도 새해의 세상이 지난해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요즘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화한다. 우리들 치과의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특구, 시장개방 등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환자의 진료와는 아무 상관없이 보이는 주제들이 우리의 화두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어제는 막연하게 들렸던 이야기가 오늘은 현실이 되어 다가온다.
물론 전문의제도, 치의학전문대학원, 건강보험 확대 같은 주제들도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한 모습으로 주위를 서성이는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제도는 분명히 지금까지의 제도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안이 이전의 제도가 가지고 있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함께 가지고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하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이전의 제도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만 해결해주고 다른 변화는 최소한이었으면 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상적인 변화는 별로 없다. 또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변화일지라도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제도의 변화가 얼마나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결국은 변화를 미루는 임시방편에 불과하지 않을까? 점진적인 도입을 위해 과도기적인 제도를 만든다면 그 제도는 아무런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실제 많은 과도기적인 제도는 매우 어정쩡한 모습이 되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변화에 앞서 나가고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물론 변화에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변화의 의미와 방향을 읽고 내가, 또는 우리가 함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결국 변화를 주도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진리를 이해한다면, 그래서 변화에 수동적인 모습으로 끌려가지 않으려면 변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해는 피상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깊고 넓은 시각으로서 문제에 접근함으로써 얻어야 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거나 숲은 보는데 나무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내 코가 석자’라는 말처럼, 우리가 먼저 걱정해야할 것은 우리 자신들의 일이 되겠지만, 우리가 사회에서 해야 하는 역할, 즉 의료인이라는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책임은 우리들이 아무리 어려워도 버릴 수 없는 부분이다. 사회의 한 부분으로서, 사회를 이끌고 나가는 지도적 위치에 있는 구성원으로서 나 자신의 문제보다 먼저 사회의 어려움을 함께 걱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한해가 힘들었지만 올해도 그 못지않게 힘들 것 같다고들 예상한다. 그렇지만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이 힘든 하루를 겪고 이겨내다 보면 차츰 적응력이 생기고, 그렇게 해서 단지 힘들다고 손놓고 있지만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어려움에 지치지 않고 맞서는 사람들이, 나 혼자의 문제의 해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그리고 우리 모두의 문제를 함께 걱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서로 손잡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또 그렇게 세상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