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욱 변호사 법률 이야기(39)]의료분쟁과 소비자보호원

  • 등록 2005.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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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는 이미 지난해 건강보험재정을 기금으로 운영하자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건강보험재정을 기금화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예산처의 최초의 제안은 국민건강증진기금과의 통합을 전제로 건강보험재정을 기금화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제안에서는 노인요양보험 등을 포괄하는 건강보장기금으로 하여 다른 사회보험과 마찬가지로 기금화 하여 운영하자고 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예산당국이 그간의 국고지원을 근거로 하여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통제를 하고자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의약분업 실시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 재정적자에 긴급히 대처하기 위하여 국민건강보험건전화특별법이 제정, 시행되었다. 이 법은 2006년 12월까지 운용되는 한시법으로 지역가입자에 대한 국고지원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구조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재정의 흑자가 발생한데다가 국고지원을 회피하려는 정부의 의도와 맞물려 이 법의 존속 여부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의 예산당국은 국고지원을 근거로 건강보험재정 통제를 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건강보험재정이 기금화 될 경우 재정운용에 관한 사항이 기금관리기본법에 의하여 의율될 것인바, 기금운용계획단계에서부터 결산에 이르기까지 정부 및 국회의 통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는 기금관리주체인 행정부처를 일상적으로 관리, 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기금과의 통폐합 등 입법제안을 사실상 주도하게 되어 건강보험재정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것이며, 국회도 재정운용 관련 주요사항에 관한 중요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에 대한 통제권한을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가 가지게 될 경우, 건강보험재정운용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을 것이다. 또한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하여 법률개정을 통하여 건강보험의 역할을 조절할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바, 건강보험의 보장기능 강화를 위하여 노력해야 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 상황으로 보기 어려우며,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의 방향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현재 기금화 문제와 관련하여 관련부처인 기획예산처와 보건복지부간 이견이 있는 것도 이러한 사정과 관련이 있다.


국회 등에서 건강보험재정을 통제하는 입법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랜 건강보험의 역사를 가진 국가들과 우리의 건강보험의 맥락이 같을 수는 없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우리 건강보험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안정을 필요로 하며 공급자, 가입자 등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현재의 합의구조에 개선의 여지가 많음은 물론이다).


건강보험재정의 기금화는 불완전하나마 나름대로 기능하는 이런 합의구조를 배제하거나 무력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단순히 재정적 상황 변화와 국고지원 부담으로 인하여 국가가 사회보험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건강보험의 보장기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적절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는 국가의 사회에 대한 지나친 우위에서 나온 것으로 국가, 사회간 권력통제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건강보험재정 기금화 논의보다는 가입자, 공급자 및 공단의 합의구조를 보다 공정하고 내실 있게 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더욱 중요할 것이다.
<양승욱 법률사무소 02-522-8896>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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