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교수의 윤리교실(9)]타자와의 관계에서의 윤리

  • 등록 2005.04.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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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곧잘 나 자신을 사유하고 또한 나와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모색한다. 또한 인간의 일상적 삶은 모두 외부세계와의 접촉 안에서 일어나며 자아의 존재를 확립하는 것조차 실제로는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배제하고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폭넓고 실제적인 자아의 모색, 인간과 외부세계, 즉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부터 윤리의 개념을 도출할 수 있다. 윤리는 기본적으로 ‘관계’를 전제한다. 나 외의 다른 존재, 타자와 이 세계가 없다면 윤리라는 것은 필요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타자와의 관계 그 자체가 바로 윤리적인 문제들과 맞닿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윤리적인 치과의사란 치과의사라는 직업적 정체성으로 맞부딪치게 되는 외부 세계, 즉 환자, 동료 치과의사, 보건 의료 시스템, 치과학적 지식과 담론 등에 대하여 올바른 가치관을 통해 관계를 맺는 치과의사를 일컫는다. 윤리적인 치과의사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관계는 환자와의 관계일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관계에 좀 더 집중하여 윤리적인 치과의사를 사유해 보고자 한다.


윤리적인 치과의사에 관하여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내가 되고 싶은 치과의사의 상이다. 그것은 윤리적인 치과의사라는 것은 당위적인 사안이므로, 나의 욕구와 배치되지 않는 개념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내가 되고 싶은 치과의사의 상은 자기중심적인 욕구로 가득 채워져 있기 마련이다. 부와 명예, 권력, 지적인 성취, 존경, 좋은 평판 등을 위한 ‘되고 싶은 치과의사 상’은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소유와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존감의 충족을 목표로 한다. 나의 어떤 부분을 채우고 무엇인가를 외부로부터 획득함으로써 만족을 얻으려는 이러한 생각들은 윤리적인 치과의사와는 무엇인가 대립될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자기 중심적 욕구들의 충족, 혹은 만족은 비교 상대적인 개념으로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을 통하여 더 많은 것들을 획득하는 것이 곧 욕구의 충족이며 만족을 가져다 준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중심적이고 경쟁적인 개념은 관계성과는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한편, 윤리적인 치과의사가 되는 일은 일면 나의 욕구의 희생을 요구할 것만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과 욕구의 충족에 대한 개념은 많은 부분, 근현대의 서구적 가치관과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아중심적 사유의 큰 틀 안에서 발전해 온 근현대의 서구 철학은 타자에 대한 개념, 타자에 대한 책임인 윤리의 개념조차 전체성을 띈 자아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우리가 타인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타자란 시간의 흐름 안에서 철학적으로 결국 자아로 통합되는 다양성을 띈 자아, 확장된 자아이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이러한 개념은 일면, 타당하게 느껴지며 윤리적으로 각 개인의 실천에 있어 큰 동기를 부여해줄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인식의 틀 안에서 의학철학의 의사-환자 관계는 전통적으로 의사의 절대 우위의 권력을 허락하지 않고 있으며 전통적인 서구 철학적 개념으로는 윤리적인 치과의사란 그야말로 희생을 담보로 하는 개념이 되어버렸다. 많은 의사, 치과의사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아의 만족도, 삶의 만족도를 얻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윤리적인 치과의사의 새로운 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서구 철학에서의 자아 중심적 사유의 반성과 함께 의료 윤리에서도 새로운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그것은 많은 부분 레비나스의 ‘타자성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타자성의 철학에서는 전통적 서구 철학과는 달리 타자의 존재를 자아로 종속시키거나 수렴하지 않으며 일치될 수 없는 자아와 타자의 존재의 끊임없는 교류, 즉 관계를 매우 중요시한다. 타자를 타자 그 자체로 직시하며 그 존재를 변형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인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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