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2005년 2월 28일은 우리 국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날이다. 즉, 학교보건법을 비롯해 무려 115건의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제·개정됐던 것이다. 본회의에서 이렇게 많은 제·개정법률안을 제한된 시간 내에 의결하다보니, 제대로 된 법률안 심의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런 극히 부실한 입법과정에서 통과된 것 중에는 학교보건법 개정법률안이 있다.
개정된 학교보건법은 기존의 매년 시행되던 신체검사를 각급 학교 101134학년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사로 대체하며, 교육정보시스템을 통한 학생 건강검사 결과의 기록을 위한 법적 근거를 두고 시·도 교육감 소속하에 시·도 학교보건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교사 내 실내 공기질에 대한 유지·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에 대한 관리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학교보건법은 학교내외 환경을 규제하고 학생, 교직원들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법률인바 학교들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는 규정 외에도 학교내외 환경을 규제하는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법률이다. 실제로 이번 개정법률은 기존의 신체검사제도가 후퇴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령기 아동들의 구강건강은 최소 1년 단위의 구강검사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치아우식증 등의 구강상병 진행속도와 발생빈도를 고려할 때에는 최소 1년 단위로 실시해야 질병의 조기발견, 조기치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정법률과 같이 3년에 한번씩 실시할 경우 구강상병의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가 어렵고, 종국적으로는 학생들의 구강건강을 크게 저하되는 것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방치하게 되는 결과를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다른 신체발달검사 혹은 다른 질병검사와 동일하게 3년 단위로 실시할 경우 그 실효성이 크게 저하됨은 물론, 구강상병의 특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우려할 만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구강검사의 특질이 건강검사라는 포괄적인 건강관리제도의 틀 속에서 아무런 독자성을 가지지 못하고 무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정법률은 학교의 장이 재량으로 교육인적자원부령에 따라 건강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으나 아무리 이 규정을 잘 운용한다 하더라도 구강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가능성이 큰 교육인적자원부장관과 학교의 장에게 학생들의 구강건강을 내맡기게 돼버렸다는 데에 이론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신체검사제도의 변화가 학부모 및 사회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확보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으며, 정부가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신체검사 자체의 효율만을 고려해 법률개정에 이른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또한 구강검사의 특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기존의 학교신체검사제도에 적지 않은 변화로 판단되는 이 사안을 통해 정책 활동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개정법률의 문제점 외에도 하위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정책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 개정법률은 시·도 교육감 소속하에 시·도 학교보건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는바 치과계가 변화한 학교보건체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 광역단위 위원회의 구성,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양승욱 법률사무소 02-522-8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