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홍석]교황의 선종

  • 등록 2005.04.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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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세상에서의 삶을 모두 마감하고 흙으로 돌아갔다. 세계 언론들은 “교황 중의 교황", “죽음을 대하는 법을 가르쳐준 위대한 스승",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동유럽 공산주의 해체에 중심적 역할을 한 주역" 등으로 그를 묘사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였다. 또한 교황의 죽음을 “선종(善終)"이라 표현하며 헤드라인으로 지면에 실었다. 선종이라 함은 카톨릭에서, 임종할 때 성사(聖事)를 받아 대죄(大罪)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일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바티칸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전 세계 100여개 국의 정상과 정치,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분쟁을 겪고 있거나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당사국들의 수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사를 나누게 된 것은 요한바오로 2세가 죽어서까지 수행한 교황의 모습이었다.


그의 유해는 역대 교황들과 함께 성 베드로 성당 지하에 안장됐다. 그의 화려하지 않은 목관 위에는 자신의 고향인 폴란드 땅에서 가져온 흙이 뿌려졌다. 각 국에서 모여든 조문객들과 TV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 광경을 지켜 본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애도했다.
이처럼 교황의 죽음이 세계적인 이슈가 된 것은 자신을 위해서 소유나 물질을 남기지 않고 한 평생을 살다간 올바른 성직자의 자태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늙고 병든 노인의 모습으로, 교황이라는 직책도 어쩔 수 없는 한 인간의 모습으로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며 떠났기 때문이다. 더구나임종을 앞둔 시점에서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는 교황의 빛나는 말 한 마디는 종교인, 비종교인을 떠나서 모두의가슴을 울리는 메세지였다. 교황은 생전에 전쟁과 기아와 반목이 들끓는 시대에 스스로 낮아져 사도로서의 발자취를 남겼고,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사랑"과 ‘평화"를 몸소 실천하고자 했다. 그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난해해진 국제정치와 종교간 화해에도 중대한 업적을 남겼다. 타종교인 이슬람조차도 교황을 종교의 벽을 허무는데 헌신했던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존경과 찬사는 보낼지언정 평범한 사람들이 교황과 같은 삶을 따라가기에는 ‘욕심"이란 너무나 달콤하다. 그 달콤함의 유혹을 벗어나려 했던 것이 법정스님의 ‘무소유"이며 선조들이 제시했던 안분지족일지도 모른다. 성공이라는 이름의 부와 명예와 권력을 등한시 하려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대다수의 범인(凡人)들은 복잡다단하게 얽힌 우리만의테두리가 있는 것이니 성자(聖者)와 같이 살 수는 없는 것이고, 교황의 삶을 거울삼아 또 그렇게 살아 갈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한 템포 쉬어가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요한바오로 2세의 선종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념, 민족, 종교 등의 단어를 거창하게 부르짖지 않더라도, 살면서 얻은 미움과 원망과도 화해의 악수를나누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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