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허영엽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故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추도하며

2005.04.14 00:00:00

지난 주간 지구촌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잃은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그분에 대한 추모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가톨릭 역사에서 베드로 교황 이후 가장 훌륭한 교황이란 찬사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은 무릇 죽어야 그 진정한 가치가 나타난다는 말을 실감한다. 그분이 서거한 후 불교와 이슬람 사원뿐 아니라 유다인 회당에서도 그를 추도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지구촌이 교황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것은 그분은 항상 인종과 종교를 초월해서 평화와 공존, 용서와 화해를 선포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역대 교황 중 가장 많은 외국 순방의 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가톨릭 국가뿐 아니라 공산국가, 이슬람국가 등을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서 순방을 했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말년에 교황은 고령에다 지병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몸을 이끄시고 계속해서 강행군을 하셨다. 특히 몇 년 전 교황님이 중동 성지를 방문 하셨을 때는 세월의 무게에 눌린 구부정해진 어깨에 보기에도 안쓰러운 걸음으로 증오의 땅 곳곳을 어루만지셨다.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3개의 그릇에 담긴 흙에 입을 맞추셨다. 이 그릇들은 기독교와 이슬람, 유다교 신자의 자녀 3명이 들고 있었다. 그분은 3개의 종교가 화합하여 발전하길 기원하는 희망을 담아 각각의 흙에 입을 맞추셨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에서 유다인 랍비가 하는 양식대로 기도를 하셨다. 종교는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공존하며 그들의 관습과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1984년 5월 3일 그분은 우리나라에 오셔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순교자의 땅이여!”하며 땅에 입을 맞추셨다. 그때의 모습은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가슴이 뜨거워질 만큼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교황은 우리말로  “벗이 있어 먼데로 찾아가면 그야말로 큰 기쁨이 아닌가” 라고 논어를 인용하여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 때 많은 이들은 충격이라 할 만큼 놀랍고 고마웠다. 교황은 당시 아직 광주사태로 상처가 아물지 않은 광주에 내려가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며 광주시민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었다. 그는 광주시민들로부터 최루탄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그런 그의 행보는 당시의 정부에게는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년 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면전에서 전쟁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부시가 그때의 만남은 무서웠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부시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황의 장례식에 했으니 교황의 용기에 애도를 표하고 싶었을 것이다. 당시의 정세에서 부시에게 그런 말을 정면으로 할 수 있었던 지도자는 없었다.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편안한 이웃 할아버지처럼 만나는 사람들을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인간이 어떻게  죽음을 맞아야 하는지를 그분은 잘 보여주었다. 교황은 임종 직전에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는 사랑의 메시지를 남겼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마지막 강복을 주시고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편안함과 유머와 여유를 지니고 있었던 교황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의 값진 선물이라 생각한다. 교회 역사상 이렇게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서 사랑을 받았던 교황님이 있었나 싶다.


몇 년전 폴란드를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교황은 고향에서 팔순이 넘은 옛날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친구들과 포옹을 하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교황을 권위적이고 저기 높은 곳에 있는 분이 아니라 너무나 인간적인 분으로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품위와 따듯함, 포옹력과 이해심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고 한다.
교황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늘 외쳤던 “평화와 사랑, 그리고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 기억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교황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영원한 안식을 하느님께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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